“산업 간, IT요소 간 융합이 촉진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IT가 융합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2012년 홍석우 지경부 장관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를 합쳐 지식경제부를 출범시켰다. 제조업과 IT 등 산업 간 융합 추세에 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역대 지경부 장관들도 하나같이 IT 융합을 주요한 정책 어젠다로 내걸었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와 자동차 생산 세계 5위로, 한 나라가 양대 산업을 이끄는 보기 드문 경쟁력을 갖춘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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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2009년 지경부 주도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처음 공동 기술개발에 나선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사업(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은 열악한 IT 융합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부와 민간이 총 195억 원을 투입한 이 사업의 성과는 현재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약 100억 원이 들어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차량 주변 영상을 360도로 보여주는 전자기기) 시스템’은 미리 장착된 형태가 아닌 ‘애프터 마켓용’ 부품(소비자가 현대모비스 대리점을 찾아 따로 다는 방식)으로 다음 달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AVM은 차량의 앞뒤 범퍼를 모두 뜯어내고 설치해야 하는 장비여서 출고 전 장착이 아닌 애프터 마켓용 부품으로는 소비자 수요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자동차 업계는 개발된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현대차가 신차에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개발한 ‘연비 개선 배터리 센서’도 상용화 시점이 2014년으로 계획보다 2년 미뤄졌다. 단, 스마트키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는 올 10월부터 기아차 모닝에 들어간다.
연구개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3년 전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성과가 예상보다 훨씬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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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부 안에서조차 부서별로 담당업무가 나뉘어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도 한몫했다. 실제로 정보통신산업국 산하 반도체디스플레이과(AVM 및 스마트키 반도체 개발)와 주력산업국 소속 자동차조선과(연비 개선 배터리 센서)는 예산 집행내용을 각자 별도로 관리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IT 융합 정책을 제대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한 마당에 정부가 자동차-IT 대기업 간 제휴를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