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받아 생긴 잎속의 FT단백질, FTIP1과 결합후 생장점으로 이동해 개화
싱가포르국립대 유하오 교수팀은 꽃을 피게 하는 ‘FT(Flowering locus T)’란 단백질이 ‘FTIP1’이라는 이동단백질을 만나 생장점으로 전달돼야 꽃이 핀다는 사실을 알아내 ‘미국공공과학도서관학회 생물학회지(PloS Biology)’ 17일자에 발표했다.
1937년 옛 소련의 미하일 차일라한 박사가 꽃을 피우는 데 ‘플로리겐’이란 호르몬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이래, 2005년 경상대 농학과 김민철 교수는 낮 길이를 감지해 잎에서 만들어지는 ‘FT 단백질’에 관해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그러나 이 FT 단백질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꽃이 피는 생장점까지 이동하는지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 결과 FT 단백질은 잎에서 빛을 받을 때 함께 만들어지는 ‘FTIP1’ 단백질과 결합해 생장점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자연 상태의 애기장대는 잎이 10개 정도 나면 꽃이 피었지만, FTIP1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애기장대는 잎이 20개 넘게 나야 꽃이 피었다. FTIP1이 없을 경우 FT 단백질이 생장점까지 쉽게 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하오 교수는 “FT 단백질이 잎에서 만들어져도 FTIP1과 결합하지 않으면 생장점으로 잘 가지 못해 꽃을 피우기 어렵다”며 “FT 단백질을 이동시키는 데 개입되는 또 다른 이동 단백질을 찾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대해 김민철 교수는 “이미 밝혀졌던 개화 유전자들에 대한 연구와 결합하면 벼나 콩 같은 작물들의 생산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