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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목놓아 우는 블루스 기타여

입력 | 2012-04-17 03:00:00

4월 16일 월요일. 꽃은 낮에 핀 별. 봄의 블루스, 형에게 부치는 편지.
트랙#5 Stevie Ray Vaughan ‘Tin Pan Alley’




스티비 레이 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안녕, 노트. 오늘은 창가에 부서진 눈부신 먼지와 함께 편지 한 통을 네게 담아두고 싶어. 어젯밤 작은형에게 보낸 e메일이야.

‘1997년. 형도 알겠지만 그때 내 우상은 다임백 대럴(1966∼2004·미국 헤비메탈 밴드 ‘판테라’의 멤버)이었어. 그의 면도날 같은 기타 연주는 눈부셨고 나의 낮을 지배했지. 그래도 내 밤을 지켜준 건 스티비 레이 본(1954∼1990·미국 텍사스 출신의 블루스 록 기타리스트)이었어. 그 사람 연주는 육중하거나 베일 듯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끈적끈적하면서 날렵했고, 완급강약을 갖고 노는 듯했어. 듣는 것만으로 손에 땀이 쥐어졌으니까. 굵기 1mm도 안 되는 기타줄 위에서 펼치는 스포츠 경기라도 보듯.

얼마 전, 홍익대 앞 클럽에서 기타리스트 최우준 씨 콘서트를 봤어. 이 사람 연주를 처음 본 기억이 또렷해. 2008년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 축하무대에 재즈 보컬 웅산의 밴드 멤버로 나왔는데 불과 10초 남짓 되는 기타 솔로를 보면서 이 사람 이름 석 자를 맘에 새겼어.

그가 5년 만에 솔로 2집을 냈어. 블루스 음반. 칼라 블레이나 브라이언 메이(‘퀸’)처럼 풍성한 헤어스타일이 사자 갈기 같아서 이 사람 별명이 사자야. 스티비 생각이 났어. 특히 그가 기타 4번 줄 개방현에서 2번 프렛으로 빠르게 해머온·풀오프(손가락을 기타 지판에 얹었다 뗐다 해 소리를 내는 기술) 할 때마다. 스티비가 리메이크한 ‘리틀 윙’ ‘부두 차일’은 형도 말했듯 지미 헨드릭스의 원곡보다도 훌륭했지.

그래도 내 인생 최고의 기타 히어로는 형이었어. 형은 기타로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고 말해줬지.

나중에 우리 둘 다 천국에 가게 된다면 헬기 사고로 요절한 스티비의 공연을 꼭 함께 봤으면 해. 드럼은 존 보넘(‘레드제플린’), 베이스는 자코 패스토리어스라면 더 좋겠지. 노래는 한 곡쯤 아버지가 부르면 어떨까….

mp3 하나 동봉해요. 오랜만에 같이 듣고 싶어서. 늘 건강해. 피스, 러브 & 로큰롤.

첨부파일: Stevie Ray Vaughan-Tin Pan Alley.mp3’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