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태양절) 기념 열병식에서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이영호 군 총참모장, 김정각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3인방에게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은은 또 이들에게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며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들에 대해 잇달아 질문을 던진 것으로 파악됐다.
군 정보 소식통은 16일 “조선중앙TV의 열병식 중계화면을 통해 김정은의 입 모양을 정밀 분석한 결과 김정은이 주석단에 함께 있던 군부 3인방에게 ‘동지’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열병식에 참가한 방사포(다연장로켓포)와 전차, 미사일 등 각종 무기들이 주석단 앞을 지나갈 때마다 종류와 작동 방법 등을 군부 3인방에게 상세히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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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정은은 열병식에 새로운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저건 잡고 당기는 거야?” “저건 받침대가…”라고 질문했고, 이 총참모장과 최 총정치국장이 이에 답변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했다. 또 김정은은 신형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탄도미사일을 실은 이동차량이 지나갈 때 만면에 웃음을 띠면서 “좋아, 좋아”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특히 김정은은 특정 미사일을 가리키며 “저게 쏜 적이 있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군 정보 관계자는 “김정은은 자신에게 쏠린 국제사회의 이목을 즐기는 듯 행사 내내 환한 표정과 큰 몸짓으로 질문을 했고 군부 3인방은 손으로 입을 가린 뒤 조심스러운 태도로 답변하는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군부 3인방의 이런 태도는 답변 과정에서 무기 관련 내용이 노출되는 것을 피하려는 제스처로 군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한미 대북 정보요원들은 열병식 중계방송에 2∼5초씩 등장하는 김정은과 군부 3인방의 대화 장면을 반복 시청하면서 정확한 대화 내용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고위 소식통은 “이들의 발언을 면밀히 분석하면 김정은과 군부의 권력관계, 북한 무기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