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련 정치부
이 같은 이 대통령의 다짐은 자신의 향후 선택과 결정을 통해 진정성이 확인될 것이다. 그리고 첫 시험대는 다음 주쯤 단행될 조현오 경찰청장의 후임 인선이 될 수 있다.
경찰청장 인사를 얘기하려면 2010년 8월 강희락 전임 경찰청장이 2년 임기를 7개월 남긴 채 물러난 과정을 되짚어봐야 한다. 당시 여권 핵심 관계자가 내놓은 설명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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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온 인사 선택이 강 청장의 중도 하차였다. 이 관계자는 “강 청장 교체를 앞당겨 마지막 청장 인사를 2012년 8월로 늦추면 일부 경찰 간부가 차기 권력에 줄을 댈 기회가 차단될 것”이라고 봤다. 다른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 말에도 당시 한나라당에 접근한 경찰 간부가 있었던 걸로 안다”며 이런 선택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신임 경찰청장 인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강덕 서울경찰청장의 발탁을 점치는 이들이 많다. 그는 경찰대 1기의 선두주자로 경찰 내부의 신망을 받고 있고, 부산 경기 서울청장을 두루 거쳤다. “‘능력 우선’이라는 이 대통령의 인사 지론만을 따르자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게 참모들의 설명이다. 강력한 조직 장악력이 예상되는 만큼 일부 간부의 정치권 곁눈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대통령과 동향(경북 포항)이라는 멍에 아닌 멍에가 씌워져 있다. 당장 “청와대가 기댈 곳이 고향 후배밖에 없더냐”라는 지적이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어청수, 김석기(내정 단계에서 사퇴), 강희락, 조현오 등 전임자에 이어 다섯 번째 영남 출신 경찰 수장이 탄생하게 돼 ‘편중 인사’ 비판도 나올 게 뻔하다. 그래서인지 고위 참모는 일찌감치 “깊고 깊은 정무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임기 말까지 흔들림 없이 일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혀왔다. 과거 대통령의 임기 5년차를 돌이켜보면 국민의 신뢰 없이는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다. 이 대통령의 업적을 갉아먹은 제1요인이 ‘고소영’ 인사, 측근 돌려 막기 등 부실 인사에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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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를 만들어 서민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의 인사 때문에 대통령의 관심이 상심한 보통 사람들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이다. ‘고향 후배 경찰청장’ 카드가 최선의 선택인지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김승련 정치부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