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방사능 오염과 지구온난화의 공통점은 에너지 소비에서 비롯됐고 발생하면 감당하기 어려운 대재앙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환경 현안이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원자력과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면 된다. 해결책은 에너지 절대 사용량을 줄이는 에너지 절약과 클린 에너지인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현실적이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에너지 절약은 기술 개발과 생활양식 변화로 가능하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제로에너지 건물 등 에너지 절약 기술이 개발되고 있으나 모두 초보적 단계로 당장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한 전기 가격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것처럼 값싼 에너지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산업과 생활양식도 획기적인 에너지 가격 인상이 없이는 쉽게 변할 것 같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 가격 인상은 기술 개발보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에너지에 의한 근본적 해결은 미래의 꿈으로 남겨 놓아야 할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선택 가능한 징검다리 에너지로 화석연료와 원자력을 인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도 조심조심 가야만 하는 안전하지 않은 길이다. 원전 확대는 지구온난화 완화에는 기여하겠지만 후쿠시마 사태 같은 대재앙의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구온난화를 더하는 화력발전을 마냥 확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격 인상도, 원자력도, 지구온난화도 없는 그린에너지 세상은 당분간 존재하기 어렵다. 원전 폐기를 원한다면 에너지 가격의 대폭 인상에도 동의해야 한다. 가격 인상 없는 원전 폐기 주장은 거짓말이다. 가격 인상에 주저한다면 원전 폐기에도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단지 위험의 합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는 슬픈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에너지 전환은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현재와 다가올 미래를 살피며 서서히 변화를 추구해야 하는 경로 의존적 사안이지 과거와 단절하고 막연한 희망에 기대어 새로운 길로 불쑥 들어설 수 있는 경로 파괴적 사안이 결코 아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