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가 중국 영화 시장을 새 수익원으로 판단하고 시장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말 홍콩에서 개봉한 미국 영화 ‘타이탄의 분노’ 포스터(위쪽 사진) 앞을 한 홍콩 시민이 걸어 가고 있다. 사진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배우 키아누 리브스는 자신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 ‘맨 오브 타이 치(Man of Tai Chi)’를 중국에서 촬영하고 있다. 그의 감독 데뷔작인 이 영화는 쿵후의 일종인 태극권에 대한 얘기다. 내년에 개봉될 예정이다.
할리우드가 중국에 앵글을 맞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 16년 만에 가장 저조한 티켓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의 영화 시장은 1년 전보다 30% 늘어난 131억 위안(약 2조36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현재 1만 개(스크린 수 기준) 정도인 중국 내 영화관은 올 한 해에만 2500여 개가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런 추세라면 현재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인 중국 영화 시장이 1위에 등극할 날도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달 개막한 아시아 최대 영상 시장인 ‘필마트’의 한 포럼에서 미국 프로듀서인 트레이시 트렌치 씨는 “(영화 산업과 관련한)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 미국이 아직은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이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이 지위를 잃을 것”이라며 중국의 성장세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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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영화의 내용도 자연스럽게 중국적 가치를 반영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쿵푸팬더’ 시리즈의 극본을 맡은 글렌 버거 씨는 “당초 중국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뚱뚱한 판다가 자신을 뛰어넘어 성공하는 스토리였다”며 “하지만 이 소재가 중국에서 너무 잘 먹혔다. 중국 관객들은 이 영화가 자기들 문화에 대한 존경을 표시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아누 리브스가 태극권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드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중국에 진출하려는 것은 중국 당국의 규제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중국에서는 외국 영화 수입 상영을 연간 20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현지 자본과 손잡고 ‘메이드 인 차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