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광암 산업부 차장
수십만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는 대가로 SSM 강제휴무의 반사이익을 챙겼어야 할 전통시장 상인들은 마냥 신이 나야 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문을 닫은 SSM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소비자들이 골목 슈퍼나 전통시장을 찾기보다는 토요일에 미리 장을 봐두거나 문을 닫지 않은 대형마트를 찾는 사례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재래시장을 놔두고 자동차로 10분이나 걸리는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소비자도 있었다. “좀 더 시간이 지나면 SSM에서 강제로 밀려난 손님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대목이었다.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다른 누군가에게 주려는 네거티브 발상이 원래부터 갖고 있는 한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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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 몹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전 약속을 한 뒤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모여 간단한 이벤트를 하는 ‘플래시 몹’과 비슷하다. 플래시 몹은 노래와 춤, 간단한 연극 등의 이벤트로 즐기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캐시 몹은 대형 상권에 밀려 존폐 위기에 처한 동네의 작은 식료품가게, 서점, 옷가게를 도와주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다.
예를 들어 서울 성북구에 있는 한 동네 빵집을 대상으로 캐시 몹을 한다고 치자. 기획자는 자신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이 빵집에서 이번 주 토요일 오후 6시경 빵을 사주는 이벤트를 갖자’는 글을 올린다. 글을 본 사람 중에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은 정해진 시간에 이 빵집에 와서 원하는 만큼 빵을 사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이다.
이 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미국의 블로그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요령을 권장하고 있다. 이벤트 시간은 일주일 전에 알려줄 것, 가게를 구체적으로 정할 것, 남녀 모두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일 것, 지역 중소 상공인이 운영하는 사업일 것, 이벤트 전에 가게 주인의 동의를 얻을 것 등이다.
1인당 구매금액에 대해서는 20달러 이내(약 2만2700원)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비록 1인당 2만 원에 불과한 금액이라도 많은 수가 모이면 단번에 1000만 원이 넘는 거액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등에서 입증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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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암 산업부 차장 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