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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가 보는 총선]장한나 (첼리스트·지휘자)

입력 | 2012-04-09 03:00:00

나라 바로 세우는 선거, 한표 한표가 소중한 특권




선거철마다 국제 미아라도 된 기분이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는 시민권자가 아니기에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고, 대한민국 주민등록번호 말소로 인해 여전히 한국의 모든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투표를 못하는 입장이다 보니, 오히려 투표권이 얼마나 소중한 특권인지 더욱 생각하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 다원주의 사회인 오늘날, 옳고 그름이 없는 것 같고, 이래도저래도 다 똑같다는 위험한 사상이 사회 속 모든 분야에 도사리고 있다. 이럴수록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만큼 시급한 일이 없다. 그 시작은 선거이다. 선거의 가장 중요한 성격은 다수가 공통적으로 지닌 소수(素數·prime number)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국민이 다함께 대한민국에서는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마음을 모으고, 한국의 가치관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다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 대신 이 가치관을 바로 이해하고 국가를 위해 풀타임으로 봉사할 국민의 종(public servant)을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것이다.

과연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가치관은 무엇인가? 여야를 막론하고 남녀노소 상관없이 누구나 다 존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잣대는 무엇인가? 나라의 장기적인 비전이 무엇이며, 국민과 정부가 이 비전을 충분히 공유하는가? 북한 문제나 학교 왕따나 이런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데 있어 우리는 공유하는 절대적인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미국이나 프랑스처럼 치열한 민주화운동 또는 독립전쟁을 겪은 나라일수록 나라의 가치관은 헌법이나 독립선언문에 명시돼 있고, 매일매일 학교에서 암송되고, 대법원에서 거듭 유지되고,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장이 옳든 그르든 이 가치관을 바탕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맡겨진 소임을 이행하려고 노력한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모든 국민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이 권리들이 정말 우리나라의 가치관으로 존중받고 있는가? 정부에서 소중히 여기고 모든 국민에게 보장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나? 대한민국을 위해 피 흘리며 싸운 애국자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대한민국의 미래가 보였기에 목숨을 아끼지 않을 힘이 생겼을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나라를 물려받은 우리가 지금 지켜야 할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미래의 자손들에게 남겨줘야 할 대한민국의 숭고한 핵심가치(core value)는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국민들에게 어떤 꿈을 심어주는가?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서슴없이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마틴 루서 킹 주니어는 “내게는 꿈이 있다”라는 연설을 통해 한 나라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관을 호소함으로써 그 나라를 변화시켰다. 그렇다. 우리도 우리의 가치관에 바탕을 둔 나라와 사회에 대한 꿈을 잊으면 안 된다. 국민의 힘과 애국심은 한 표 한 표 안에 들어 있다. 대한민국 가치관을 바로 세우고 나아가 나라가 바로 서는 뜻 깊은 선거를 기대해 본다.

장한나 (첼리스트·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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