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3차 핵실험 카운트다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사실이 포착되면서 12∼16일 예정된 장거리로켓 발사도 인공위성을 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목적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북한이 로켓 발사로 ICBM 추진체의 성능을 시험한 뒤 그 위에 얹을 소형 핵폭탄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핵실험으로 평가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장거리로켓을 쏜 뒤 국제사회의 제재를 빌미 삼아 핵실험을 강행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북한은 2006년 7월 5일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695호가 채택되자 3개월 뒤인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또 2009년 4월 5일 장거리로켓(‘광명성 2호’ 위성) 발사 한 달여 뒤인 5월 25일 2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정보 소식통이 8일 제공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새로 굴착된 갱도와 함께 인근에 쌓인 토사더미가 발견됐다. 소식통은 다른 지역에서 반입된 토사더미를 ‘핵실험 준비의 마지막 단계’로 풀이했다. 갱도를 뚫고 핵폭탄과 각종 관측 장비를 넣은 뒤 이를 토사로 다시 덮어 핵실험 직후 핵물질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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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3차 핵실험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폭탄보다는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핵폭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이 보유한 플루토늄은 30∼40kg으로 추정되는데, 앞서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상당량을 소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강정민 KAIST 초빙교수는 “원래 우라늄핵폭탄(건 타입)은 핵실험이 필요 없지만 북한은 핵폭탄 1개당 소모되는 HEU 양을 줄이기 위해 플루토늄탄의 기폭장치를 활용한 우라늄탄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2010년 가동을 시작했다며 공개한 영변의 원심분리기 시설은 아직 핵폭탄을 만들 만큼 충분한 HEU를 생산할 수 없는 규모”라며 “HEU 핵실험은 숨겨진 대규모 우라늄농축시설이 있음을 시인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공중 위성정찰이 이뤄지고 있음을 뻔히 아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 흔적을 고스란히 노출한 의도가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향후 ‘협상 카드용’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담긴 행동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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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