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구월동 옛 방송통신대 건물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단장한 인천해밀학교는 국내 첫 중고교 통합형 공립 대안학교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한곳에 모아 별도로 교육하는 곳이다.
3일 기자가 이 학교를 찾았을 때 현관 출입문에서 만난 정모 양(15·고1)은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교무실 위치를 묻자 친절하게 안내해 줬다. 예의 바른 정 양을 보면서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모인 곳이라는 사실이 와 닿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해밀학교 밴드부실에서는 학생들이 기타를 배우고 있었다. “여러분∼ 지난 시간에 배운 C코드를 잡아볼까요.”(음악 교사) 난생 처음 기타를 잡아 본 학생들은 서투른 손놀림으로 기타 줄을 잡았다. 음악교사가 “이제 C코드가 제소리 난다”고 칭찬하자 학생들은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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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인 심화 상담과 심성에 호소하는 교육은 닫혀 있던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리게 했다.
이 학교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교육에서 희망을 엿보고 있지만 정작 이 학교 밖의 시선은 아직 따갑다. 대안학교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거여건이 나빠졌다”거나 “이사를 가야겠다”는 말이 나오는 것. 일종의 ‘학교님비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혹시 해밀학교 학생들 때문에 자녀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주민은 관할 구청과 경찰서에 사고 방지를 위한 폐쇄회로(CC)TV 6대를 추가로 설치해줄 것과 방범 순찰 강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이 이런 내용을 보도하면서 해밀학교 학생들의 마음도 멍들고 있다. 이모 양(18·고3)은 “등굣길에 마주치는 동네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다”며 “점심시간에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봤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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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