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모녀 매연에 질식… 40대母 의식불명 빠져가족들 “치료비도 없어”
5일 광주의 한 대학병원 중환자실. 김모 씨(47·여)가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 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0시경 전남 순천시 덕월동 S빌라 3층에서 일어난 화재로 연기를 많이 마셔 11일째 의식불명 상태다. 딸(23)도 다른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 모녀는 살인 용의자로 수배된 설모 씨(41)가 S빌라 3층에 살던 일가족 3명을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범죄의 또 다른 희생자들이다. 김 씨 모녀는 방화사건이 난 빌라 3층 위층에 살고 있었다.
김 씨 모녀는 방화가 일어날 당시 잠을 자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염이 치솟자 놀라 깨어나 탈출을 시도했다. 김 씨는 딸에게 먼저 탈출하라고 한 뒤 통장 등을 챙겨 출입문으로 향했지만 딸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출입문 번호 키가 열기에 작동되지 않았던 것. 김 씨도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나 이후 다시 정신을 차려 출입문을 겨우 열었다. 그녀는 딸을 계단까지 끌고 나온 뒤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김 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한동안 말을 했지만 이내 의식불명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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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공공근로를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김 씨의 딸도 취업 준비생이어서 형편이 어려웠다. 전남 순천시는 김 씨 모녀의 안타까운 처지를 알고 병원비와 화재 복구비 등을 응급 지원하기로 했으나 크게 부족한 상태다.
한편 순천경찰서는 일가족 3명을 살해하고 불을 지른 설 씨를 쫓고 있다. 설 씨는 김모 씨(42·여) 등 일가족 3명을 지난달 24일부터 3일 동안 차례로 살해한 뒤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설 씨가 김 씨의 큰아들(22)에게 휘발유를 사오라고 시키고 화재 현장에 흉기를 놔두는 등 살인사건을 자살극으로 위장하기 위해 치밀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