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학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재외국민들이 관할 공관에 신고하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2월 마감한 재외국민 유권자 등록 기간에 223만여 명 중 12만3000여 명만 등록했으니 이들이 모두 투표했더라도 실투표율은 5% 정도다. 한 자릿수 참여율은 이미 예상됐던 것이다. 따라서 재외국민의 투표 사전 신고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유학생이나 상사 주재원을 비롯한 일시적 국외거주자는 우편으로 간단히 신고할 수 있으나 재외국민은 시민권 취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본인이 관할 공관에 나와서 신고하도록 했다. 원거리 거주자들이 생업을 포기하고 신고하기는 어렵다. 앞으로 우편이나 인터넷으로 등록을 받고 투표하러 나오면 시민권 취득 여부를 확인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재외국민 선거인 명부를 선거 때마다 작성하지만 앞으로는 수시 명부 대신 영구 명부 제도로 바꿔 재외국민들이 선거 때마다 신고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주어야 한다. 단, 2회 이상 연속으로 투표에 불참하는 경우 선거인 명부에서 제외하고 재신고를 받으면 될 것이다.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는 재외공관의 협조 아래 영사순회제도 등을 활용해 재외국민 유권자를 찾아가서 등록을 받는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이런 재외국민 신고제도의 개선과 함께 투표 방식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지금은 본인이 공관의 투표소에 가서 직접 투표하는 것만을 허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편 투표나 인터넷 투표를 도입하고, 간이 투표소를 확대해야 한다. 물론 중국처럼 공관 외에 투표소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에서는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슨 영문인지 여야가 모두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재외국민 대표를 한 사람도 공천하지 않아 재외국민들이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재외국민들은 자신의 의사를 대변해 줄 수 있는 대표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이번 총선에 투표하러 갈 마음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재외동포사회가 정치화되고 파벌로 나누어지는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런 정치적 차이와 파벌이 공식적인 선거 과정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본다.
김용호 인하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