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객원논설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기업 탓만 말고 소비자 동참해야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도 마찬가지이다. 일반 시민들은 소비활동을 전개하는 소비자이고, 세금을 내는 납세자이며, 동시에 민주시민으로서 투표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역할 간에 조화가 되기도 하지만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도 상당 부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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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이 스쳤다. 중국 화창베이를 무대로 생산 및 판매 활동을 하는 그 무명의 회사와 삼성 사이에는 양극화가 극심한 셈이다. 그리고 제품가격이 싸다 보니 두 회사 간 종업원 급여도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양극화의 뒤에는 10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명품을 사들이려는 중국 소비자들이 있는 것이며 이렇게 보면 소비자도 기업 간 양극화 내지는 기업에 속한 종업원 간의 소득격차를 초래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되는 셈이다.
요즈음 우리 사회에서는 양극화가 화두(話頭)다. 민주주의적 평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민으로서 양극화는 문제 있는 현상이고 당연히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좋은 브랜드를 사서 쓰고 싶은 욕구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초래한 측면도 있고 재래시장보다는 값도 싸고 주차도 편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이 동네 상권과 대형마트 간 격차를 초래한 측면도 있다. 소비자 주권의 가치가 민주적 가치와 충돌하는 부분이다.
복지 논쟁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은 돈 문제로 귀결이 되는데 다른 곳에 쓸 재원(財源)을 복지 분야로 전환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 보니 세금을 더 거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는 납세자로서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와 충돌한다. 납세자들은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재정이 효율화되는 것을 원한다. 납세자로서 효율성 추구가 민주적 가치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갈등 부추기는 과거지향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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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가 잘돼 있어서 모범적이라고 칭찬받는 스웨덴의 경우 부가가치세율이 무려 25%로 우리의 2.5배라는 점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양극화 해소는 ‘그들’이나 ‘저들’의 일이며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일이라고 부르짖지만 말고 ‘내’가 나서야 하고 ‘우리’가 조금은 불편해져야 하는 부분도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어느 수준까지 감내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최근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평등적 가치, 소비자 주권과 관련된 자유주의적 가치, 그리고 시장경제 체제가 추구하는 효율성의 가치들 간 충돌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 정치권은 이러한 분위기를 잘 인식하면서 가치들 간의 충돌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를 위해 적절한 황금 비율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최선을 다해 소통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른 것 같다. 갈등을 치유하고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정치권이 이를 해소하기는커녕 과거 지향적인 논의를 통해 갈등을 부추기고 분노를 유발시키면서 득표만을 추구하는 행태가 자꾸만 눈에 들어와 답답해지는 요즈음이다.
윤창현 객원논설위원·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yun3333@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