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제공
삼가헌이란 당호는 박성수의 호로 ‘중용’에서 따온 것이다. “천하와 국가를 다스릴 수도 있었고, 관직과 녹봉도 사양할 수 있었으며, 시퍼런 칼날을 밟을 수도 있었지만 중용은 불가능했다”는 공자의 탄식에서 유래됐다. 선비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덕목이라는 뜻이다.
삼가헌은 안채와 사랑채가 ‘ㄱ’자와 ‘ㄴ’자로 따로채로 구성돼 있다. 사랑채와 안채는 중문을 통해서 방향을 완전히 틀어야 안채의 마당에 이른다. 이 집에는 세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첫째는 사랑채를 정면에서 보면 이상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왼쪽 ‘ㄴ’자로 이루어진 아래 획의 왼쪽 부분은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고, 오른쪽 부분은 부섭지붕(벽이나 물림간에 기대어 만든 지붕)으로 삼각형의 꼭짓점을 누인 채 한 면으로 경사져 있다.
이 두 가지 사실로 미루어 박성수의 아들은 적어도 사랑채만큼은 아버지가 지은 초가집을 부수지 않고, 지붕만 기와로 얹은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사랑채의 왼쪽 지붕도 이어진 채가 없으므로 간단하게 부섭지붕으로 처리된 것이다.
마지막 셋째는 사랑채에서 안채로 통하는 중문이다. 박광석은 이 집을 기와집으로 개보수 할 때 이 중문만은 초가로 그냥 두었다. 사랑채와 대문채를 아래위로 비끄러매어 중문을 만들고 초가지붕을 그냥 둠으로써 청빈한 사대부가라는 걸 과시했다.
아버지의 손길을 중문에 남겨 두려는 아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나는 이 삼가헌의 중문이 괜히 따뜻해 보인다. 그러고 보면 이 집의 세 가지 특이한 점들은 모두 아버지와 아들이 집으로 나눈 대화 같기도 하다.
시인·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