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두 달째 2,000대 초반에서 옆걸음치고 있는 가운데 펀드 환매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2월 말 현재 국내외 적립식펀드 판매 잔액은 55조1590억 원으로 전월보다 1조6330억 원 감소하는 등 석 달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같은 기간 펀드 계좌 수도 884만8000개로 22만9000개가 줄었다. 2010년 12월 34만4000개 이후 월간 감소 폭으로는 가장 큰 수치다.
○ 주가 2,000 넘자 ‘지금 빠져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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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박스권’에 갇혀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도 환매를 부추기는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증권 배성진 연구원은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현 상태에선 기다리는 장기 투자가 의미가 없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 환매하지 말고 기다리는 것도 방법
그렇다면 현 시점의 ‘펀드 환매’가 바람직한 것일까. 증권가의 프라이빗뱅커(PB)들은 이미 은행 예금이자의 3∼4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둔 투자자라면 환매해도 괜찮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조금 더 기다려볼 것을 권하고 있다. SC은행 박 과장은 “주가가 지지부진하고 미국 경기 둔화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로 돈이 추가로 풀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지금이 고점이라고 보긴 힘든 만큼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물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한 적립식펀드 외에 마땅한 투자대안이 별로 없다는 점도 펀드 환매를 말리는 이유 중 하나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은행 예금상품의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데다 부동산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에서 적립식펀드만 한 투자처가 없다는 것이다. 배 연구원은 “펀드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환매를 해도 지금으로서는 특별히 투자를 할 만한 곳이 없다”며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인 만큼 적립식펀드는 유지하면서 추가로 다른 상품을 저울질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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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