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반대 메시지 전달할 듯北은 “로켓발사 절대 포기못해”
리자오싱 전 부장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27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외사위 주임을 맡고 있는 리 전 부장이 이르면 다음 주 평양을 방문하는 쪽으로 중국 지도부가 의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리 전 부장의 방북은 외형상 김일성 100번째 생일인 4월 15일 ‘태양절’에 즈음해 중국 측 사절로 가는 것으로 외부에 비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로켓 발사 강행에 대한 중국의 반대 기류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리 전 부장이 북한의 로켓 발사 예고 시점(4월 12∼16일)에 앞서 방북하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른 외교 소식통은 “리 전 부장 일행은 4월 초에 갔다가 로켓 발사 시점을 피해 그 전에 돌아올 것으로 알려졌다”며 “태양절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을뿐더러 로켓 발사 시점에 북한에 있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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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2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우리는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고 경제발전의 필수적 요구인 평화적 위성 발사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일성 동지의 탄생 100돌을 맞아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은 김정일 장군의 유훈이며 오래전부터 계획되고 추진돼온 정상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최고 당국자(대통령)가 우리의 위성 발사를 ‘국제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이라고 한 것은 잘못된 관념에서 나온 발상”이라며 “조-미(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평화적 위성 발사가 장거리미사일 발사 임시 중지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시종일관 주장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 같은 태도는 겉으로는 미국을 겨냥한 듯하지만 실제로는 전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계획에 강한 어조로 반대의 뜻을 밝힌 것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북한의 후견국 역할을 하는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전례 없이 쓴소리를 쏟아내며 로켓 발사 반대 의사를 밝혔는데도 북한이 하루 만에 로켓 발사 강행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은 현재 북-중 간에 흐르는 불편한 기류를 드러내는 것이다.
후 주석이 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은 로켓 발사 이전에 주민을 먼저 먹여 살려야 한다. 언제까지나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지해 살아갈 수 없다”고 말한 것은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후 주석은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았다. 핵 등 북한과 관련해 민감한 부분을 표현할 때는 우회적이고 에둘러 발언해 왔다.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한 중국 최고지도부의 분노와 당혹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은 독재국가의 후견인 노릇을 한다는 국제적 비난에도 대화를 주장하면서 북한을 감싸온 유일한 국가”라며 “올해 들어 북한과 미국 간 회담에 진전이 있는 등 대화 분위기에 중국은 기뻐하며 무상원조까지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의 새 체제 안정을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은 중국 정부는 현재 6억 위안어치에 해당하는 옥수수 22만 t을 무상원조로 북한에 보내고 있다. 이런 마당에 김정은이 돌연 ‘로켓 발사 계획’을 발표해 중국의 뒤통수를 때린 것이다.
현재 중국 내부에서는 “같은 실수를 세 번 하면 바보”라면서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두 차례 로켓 발사 때 편을 들어 준 중국은 북한의 이번 세 번째 로켓 발사 기도에 당혹감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대북 정책이 급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략적 이익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데다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 펑황(鳳凰)위성TV의 마딩청(馬鼎盛) 군사평론원은 “중국은 마냥 퍼주기만 하다가 북한을 잘못 길들였다”며 “중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후 주석의 발언을 보면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행동계획은 담겨 있지 않다”며 “결국 원론적 수준을 벗어나지 않은 발언으로 보이며 김정은의 뜻을 꺾을 정도로 강하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