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서 만난무형문화재 송용태 - 양진성 씨
21일 전북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에서 중요무형문화재 강령탈춤 보유자인 탤런트 송용태 씨(오른쪽)와 임실필 봉농악 보유자 양진성 씨가 무형문화재 전승의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2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완산구 국립무형유산원 건립 현장에서 만난 뮤지컬 배우이자 탤런트 송용태 씨(60)는 기자에게 이렇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송 씨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4호 강령탈춤 보유자다. 탤런트이면서 ‘인간문화재’인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국립무형유산원은 무형문화재를 보존, 전승, 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전담할 기관으로 올해 말 건립된다. 지원 업무뿐 아니라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의 공연과 전승교육,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작품 전시 기능을 모두 갖춘 기관으로 탄생한다. 유네스코가 무형유산보호협약을 만드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한국이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주요무형문화재 복합기관도 처음으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재위원회가 생긴 지 50년이 되는 올해는 문화재청이 ‘무형문화유산법’(가칭) 제정을 통해 김치나 아리랑처럼 전승 주체를 확정할 수 없는 문화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도록 정책의 뼈대를 바꾸는 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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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무형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1970년대 고교 시절 우연히 접한 강령탈춤의 매력에 빠진 송 씨는 2002년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다. 그는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문제가 생길 때만 무형문화재에 관심이 높아진다”며 “무형문화재를 배우겠다는 젊은이도 많지 않고, 평소에 국악이나 탈춤 공연장을 찾는 사람은 계속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여덟 살 때 농악에 입문한 양 씨는 “숭례문이 불에 탔을 때 사람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나. 그런데 그 숭례문을 짓는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사라지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무형문화재 지원 정책에 대해 양 씨는 “일부 인기 종들은 사람과 돈이 몰리지만 다른 대부분의 종목에서는 보유자들의 사명감 하나로 근근이 전승되고 있다”며 “종목별 경제 사정을 고려해 국가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무형유산원에는 유네스코 II급 국제기구인 ‘아태 무형유산 센터’도 입주한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간 무형유산에 대한 정보 교류와 네트워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한국은 이 기구를 통해 무형유산의 보호와 전승에 필요한 지식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러 국가에 전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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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은 국립무형유산원에 거는 기대가 컸다. 양 씨는 “무형유산원이 다행히 한옥마을 옆에 있어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을 알리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며 “박물관이 아니라 놀이터처럼 운영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이 대중과 접점을 넓힐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송 씨는 “둘러보니 공연장이 탈춤을 추기에도 안성맞춤으로 지어졌다”며 “국립무형유산원이 건립되는 장소는 대한민국의 전주이지만 세계인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을 구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