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영 사회부 차장
코미디를 보면서도 사안의 본질을 파악해 문제점을 ‘해결하면 된다’는 단순하고도 정확한 논리를 잘 알게 된다. 하지만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현안은 무조건 “안 돼”를 외치는 반대론자에게 쉽게 발목을 잡히고 있다.
해군기지는 환경을 보호하려고 만드는 게 아니라 한국을 침범하려는 외국의 군사력에 대응하기 위한 시설이다. 위치가 적합한지, 규모가 합당한지 따지는 논리는 간데없고 이 시설의 타당성을 따지는 제1의 기준은 ‘구럼비 바위’가 되고 있다.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면 결과가 명확한 사안일수록 이런 식의 동문서답형 반대론이 숱하게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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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구럼비 바위나 풀 한 포기의 생명도 소중하다. 그렇다고 풀 한 포기의 생명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라는 존재와 같은 무게로 취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무리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실험해 결과물을 내놓아도 반대론은 ‘환경 생명 자연’을 주장하며 작은 가치의 소중함을 강조한다. 구럼비 바위가 해군기지를 압도하는 존재 가치를 지녔다고 객관적으로 밝힌 연구 결과는 아직 들어보질 못했다.
그런데도 해군기지 반대론자들은 구럼비 바위의 보존가치가 매우 크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게 소중한 것이었으면 좀 진작 주장했어야 신뢰감을 얻었을 텐데 뭔가 일이 생기고 나서야 주장하니 좀처럼 믿음이 가질 않는다. 이런 대목은 단양쑥부쟁이나 도롱뇽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또 특정 사안에 반대할 생각을 가진 집단이라면 지금부터 어느 지점의 어떤 존재가 보존가치가 높은지 미리미리 찾아내 발표해야 지금보다 신뢰를 얻을 법하다.
서울동물원의 돌고래 제돌이 논란도 비슷하다. ‘불법 포획돼 인격에 준하는 동물의 권리를 침해당하며 연출하게 된 쇼’는 안 된다는 요구가 받아들여져 제돌이는 바다로 돌려보내지게 됐다. 돌고래를 보며 동물에게 친근감을 갖거나 보호의식을 키우는 효과는 어디에서도 언급되지 않는다. 방사에 들어가는 8억7000만 원의 예산도 합당한지 의문이다. 바다와 동물원 중 어디를 더 좋아하는지 제돌이의 진짜 속내를 알 길 없으면서도 자신의 주장만 합당하다며 “안 돼”를 외치고 있다.
성장과 공익을 앞세워 모든 가치를 깡그리 무시했던 개발독재는 사라졌지만 이제는 환경근본주의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일단 “안 돼”를 외치고 그 이유로 생명과 환경을 내세우며 ‘작은 것의 소중함’을 내세우면 되니 환경론자 되기도 쉽다. “안 돼”를 뿌리치고 한번 해보니 천성산 도롱뇽은 잘 살고 있으며 단양쑥부쟁이도 무성하게 자라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안 돼”의 외침이 큰 효과를 얻고 있다. 도대체 매사 안 되는 이유만 읊는 그 이유는 뭔지 ‘세상 속 김원효’들에게 말하고 싶다. Why not!(왜 안 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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