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설날인 노루즈(20일)를 보름 앞둔 5일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가 장을 보러 나선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노루즈를 맞아 식재료 값이 10% 정도 올라 시민들은 여기저기서 상인들과 가격을 흥정했다. 테헤란=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테헤란 르포를 연재하기 시작하자 기자의 사진을 보고 지인들이 전화와 e메일로 많이 물어온 질문이다. 사실 기자가 둘러쓴 것은 진짜 히잡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져간 스카프다. 취재비자를 받은 외신 여기자들은 무슬림이 아니라고 해도 이란 문화부에 프레스카드를 신청할 때 히잡을 착용한 사진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급한 마음에 우선 스카프를 쓴 채 사진을 찍었다.
이란에선 여성은 의무적으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 각종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예외는 없다. 테헤란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 여성들에게 히잡을 쓰라는 기내 안내방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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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히잡 때문에 종종 사건사고도 발생한다. 13일 이란 샤레코르드에서 불꽃축제인 ‘차르샨베 수리’를 구경하러 간 이란 여성 3명이 히잡이 불량스럽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체포당할 뻔했다. 주변 사람들이 이를 말리자 화가 난 경찰이 도로를 막고 최루탄을 쏴 2명이 다쳤다.
기자는 만나는 여성마다 ‘히잡이 불편하지 않냐’고 물었지만 현지 여성들은 “패션의 일종”이라며 특별히 거추장스럽거나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이란 여성들 사이에서도 자유를 향한 바람이 조금씩 표출되고 있다. 한 시민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첫 선거 당시 남성의 복장·두발 자유와 여자들의 히잡 착용 의무화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젊은층의 폭넓은 지지를 얻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재선 때 표를 잃었다”고 귀띔했다.
신나리 기자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