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도 관할권 주장 이어 “항모 올해 취역”… 거침없는 ‘해양굴기’
중국은 러시아 베트남 등 영토를 접한 14개국과의 국경 획정 분쟁이 대부분 정리됨에 따라 이제 여력을 해양주권 확장에 집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논란을 불러일으킨 중국 국가해양국 국장(차관급)의 3일 ‘이어도 발언’도 특별히 한국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해양권익 수호 업무’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열거된 여러 사례 중 하나였다.
중국은 작년 말 3000t급 순시선을 동중국해에 투입하면서 이 배가 이어도 부근에서도 순찰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3일 해양국 국장의 발언과 12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 등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제기해온 이어도 주변 해역의 관할 문제를 원론적으로 다시 제기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중국이 해군력을 대폭 강화하고 남중국해에서 주변국과 잇단 영유권 분쟁을 촉발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므로 상대국이 호락호락한 반응을 보일 경우 중국의 팽창 의욕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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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례없는 해군력 강화
중국의 첫 항공모함 ‘바랴크’. 동아일보DB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해외판은 12일자 1면에 쉬훙멍(徐洪猛) 해군 부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올해 항공모함의 취역 계획이 잡혀 있다고 보도했다. 첫 항공모함 ‘바랴크’의 올해 취역 계획을 최초로 공식화한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은 핵추진 항공모함 여러 척을 자체 건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 전력도 크게 증가했다. 얼마 전 발사실험을 한 최대 사거리 6000km의 신형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쥐랑(巨浪·JL)-2’ 16기를 장착한 것으로 알려진 신형 진(晋)급 전략탄도탄 핵잠수함과 신형 상(商)급 공격용 핵잠수함을 실전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뤄(基洛)급’ 등 신형 재래식 잠수함도 대량으로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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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 규모와 범위 역시 커지고 있다. 중국 해군은 2008년부터 소말리아 아덴 만에 모두 11차례 구축함 등 세 척으로 구성된 함대를 보냈다. 또 지난해에만 두 차례, 올해 한 차례 일본 열도의 공해 구역을 통해 서태평양에 군함과 잠수함을 보내 작전능력을 키워왔다. 이 밖에 영해에서 자주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해군이 3단계 전략임무에서 최종 단계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해군은 연해 방어 위주의 ‘황수이(黃水·yellow water)’→영해와 영토를 수호하는 ‘뤼수이(綠水·green water)’→에너지 수송노선 수호의 ‘란수이(藍水·blue water)’를 추구해 왔다. 중국이 ‘뤼수이’에서 ‘란수이’ 단계로 향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중국이 항모를 주력으로 한 제4함대 창설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중국의 해군력은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에 사령부를 둔 북해함대,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의 동해함대, 광둥(廣東) 성 잔장(湛江)의 남해함대 등 3개 함대로 편제돼 있다. 제4함대는 하이난(海南) 섬을 모항(母港)으로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함대는 2개 항모전단으로 구성되며 각 전단은 구축함 2척, 대잠초계기 4대, 호위함 2척, 핵잠수함 2척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 통합 해안경비대 창설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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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 정부는 해상 법 집행기관으로 해군을 빼고 공안부 소속의 하이징(海警·해경)과 국가해양국 소속의 하이젠(海監·해양감시) 등 9개 기관을 운용하고 있다. 이들을 하나로 통합해 국가해안경비대를 창설하면 상당히 위력적인 조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 전문가는 “이들 기관은 직무의 중복과 분산, 장비의 중복 구매와 중복 배치, 조직의 중복 편성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주로 영해와 배타적경제수역(EEZ) 등에서 비전쟁적 군사행동을 담당하지만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