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요 네스뵈 지음·노진선 옮김/624쪽·1만4800원·비채
추리 스릴러 소설 ‘스노우맨’의 노르웨이 작가 요 네스뵈. 비채 제공
날씨부터 음침한 겨울 초입의 노르웨이. 어느 집 앞마당에 눈사람이 세워져 있다. 아이는 “눈사람이 날 노려본다”고 하지만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돌아선 뒤 찜찜해진다. 가족 중 누구도 눈사람을 만든 적이 없기 때문. 게다가 눈사람은 대개 길을 바라보고 세우지만 이 눈사람은 집 쪽을 향하고 있다. 마치 먹잇감을 찾듯이….
공포영화가 그러하듯 스릴러소설도 초반 분위기 장악이 중요하다. 이 소설은 눈사람의 기괴한 출몰만으로도 소름을 돋게 만든다. 게다가 눈사람이 있는 곳마다 실종사건이 일어난다. 그것도 결혼한 여성들만 사라진다.
하지만 작품은 한발 더 나간다. 해리와 그의 전 애인의 재결합 여부를 비롯한 드라마와 잔잔한 일상 속 에피소드들로 잔재미를 준다.
무엇보다 사소한 단서의 추적과 그 단서들의 조합, 그리고 범인 유추 등 실제 사건을 접하는 듯한 급박한 전개가 매력이다. 그러다 보면 유력했던 용의자들이 하나씩 변시체로 발견될 때 해리가 느끼는 허탈감에 자신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을 정도가 된다. 특히 손도끼, 낚싯줄, 메스 등으로 이뤄지는 잔혹한 폭행, 살인 장면은 활자매체에서 느낄 수 있는 공포의 극한을 보여준다. 영화로 치면 ‘19금’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