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기 방식대로 세계를 재창조하면서 기존의 사고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어린 시절 놀이가 부족했던 사람은 학업 성적이 높아도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질 수 있으며 정서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동아일보DB
인류 역사상 변화를 주도하고 새로운 문명을 창조한 사람들은 거의가 ‘문제’를 일으키는 ‘문제아’들이었다. 이들은 이제까지 아무도 제기하지 못한 질문과 그에 대한 색다른 해결책을 찾아냈다.
세상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과 (새로운 것이 아닌, 주어진)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사람으로 나뉜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모든 것을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자기만의 문제의식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답을 찾는 사람은 다른 이의 사고 논리에 갇혀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주어진 과제를 풀 것인지만 고민한다.
광고 로드중
창조는 놀고 싶은 유희 충동 속에서 생긴다.- 카를 융(스위스의 심리학자)
‘작란’은 사실 ‘장난’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표준말은 아니지만, 국어사전에도 나온다. 장난삼아 해보는 일에서 생각지도 못한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지 않는가. 장난치다 보면 재미가 있어지고, 재미있게 장난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이전과 다른 시도를 즐기게 된다.
이처럼 장난이란 것은 예상외로 큰 의미와 역할을 가지고 있다. ‘호모 루덴스(유희적 인간)’란 말을 만들어낸 네덜란드 역사학자 요한 하위징아에 따르면 장난, 즉 놀이는 인간의 생리적 본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란 존재의 특성은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의 이성보다, 호모 루덴스의 놀이에서 더 잘 드러난다고 했다.
장난의 가장 큰 역할은 창조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놀이는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이다.
광고 로드중
당연히 예술적 창작의 근저에는 언제나 놀이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놀이를 통한 창작의 세계가 제도화된 교육을 받으면서 점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대로 칠할래요. 학교에 가면요, 거기서 원하는 대로 칠해야 하잖아요.” 미국의 네 살짜리 어린이가 한 말이다.(‘놀이, 유년기의 예술’, 버지니아 글래스고 코스트)
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열쇠는 장난의 시작은 호기심이란 점에 있다. 아이들은, 아니 다 큰 어른이라도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즐기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창의성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 축음기, 영사기, 백열등을 발명한 에디슨. 1093개의 발명품에 대한 특허를 얻었던 그는 호기심으로 무장한 발명왕이었다. 달걀을 품어 병아리를 만들겠다는 호기심 어린 ‘장난’이 에디슨을 전대미문의 발명가로 만든 ‘작란’이었다.
놀이 부족하면 정서적 문제 생길 수 있어
한편 장난, 즉 놀이는 삶에 현실적이면서도 중요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어린 시절 손을 이용한 놀이를 적게 한 사람들은 성인이 된 후 전반적으로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무리 학교에서 공부를 잘했더라도 말이다.
광고 로드중
하지만 몸을 움직이며 놀고 싶은 아이들에게 대부분의 부모들은 ‘놀지 말고 공부하라’는 말로 충고한다. 물론 공부를 안 하는 것은 문제지만 놀지 않는 것 역시 자녀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젠 부모들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어린이들에게 장난은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재미있게 즐기는 ‘놀이’다. 그러나 어른들에게 장난은 버르장머리 없는 ‘놀림’이다. 어른이 조금이라도 ‘철없어 보이는 짓’을 하면 “지금 장난하냐”란 말을 듣거나 “놀고 있네”란 비아냥거림을 듣는다. 우리들 중 대부분은 장난도 못 치고 놀지도 못하는 가운데 오로지 어제와 비슷한 방법으로 틀에 박힌 일만 하는 재미없는 인생을 살아간다. 어떤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놀이에 대한 생각을 바꿔볼 만하지 않은가?
한양대 교수(교육공학)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