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익명성 뒤에 숨어 ‘사이버 테러’
이번 채선당 사건은 사실 확인에 앞서 자극적인 말을 쏟고 거기에 쉽게 휩쓸리는 인터넷 여론의 폐해를 보여준다. 사실이건 아니건, 감정을 건드리는 어떤 사건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간다. 사실을 확인할 시간보다는 퍼져 나가는 속도가 빠르다. 대부분 이런 사건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북핵 문제처럼 해법을 찾기 어려운 이슈가 아니라 군대 면제, 폭행, 사생활 소문 등 감정을 건드리는 이슈들이다. 말초적 관심과 함께 신상털기도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 누리꾼 수사대 앞에 드러나지 않는 사생활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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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는 익명성 뒤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 익명성은 사람들을 용감하게 만든다. 익명성이라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하나는 다른 사람의 정체가 내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의 정체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이다. 남의 정체가 내게 알려지지 않고, 내 정체가 남에게 알려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왜곡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익명성은 결코 프라이버시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프라이버시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또한 자신에 관한 정보가 함부로 유출되거나 엉뚱하게 쓰이지 않도록 조절할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익명성 뒤에 숨어서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그런 익명성을 자신의 프라이버시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선동적인 인터넷 여론 폐해 보여줘
익명성은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할 때만 그 진가를 발휘해서 자유로운 토론문화 발전과 효과적인 여론수렴에 기여할 수 있다. 자유에는 그만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던 진리다. 사실 자유에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잘못에 대해서 징벌적인 배상제도가 있어야 한다.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도 징벌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무책임하게 남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 무거운 책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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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은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