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암반에 동굴 뚫고 5∼7m마다 철문 설치
국내 21기의 원전에서는 매년 200L짜리 드럼통 2000개 분량의 중·저준위 폐기물이 나온다. 현재는 원전 내 저장소에 보관 중이지만 방폐장이 2014년 6월 완공되면 모두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세계 주요 원전 운영 국가들은 각국의 자연환경에 맞는 처분방식을 채택해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한다. 방폐장 형식은 크게 ‘천층처분’과 ‘동굴처분’ 방식이 있다. 천층처분 방식은 땅을 얕게 판 뒤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방폐물을 처분하는 것으로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이 이를 채택했다. 경주에 짓고 있는 처분장은 동굴처분 방식으로 지하 암반에 인위적인 동굴을 만들어 방폐물을 관리한다. 이미 10년 이상 중·저준위 폐기물을 보관하고 있는 스웨덴 핀란드와 같은 방식이다.
직원의 안내로 처음 찾은 곳은 방사성 폐기물이 담긴 드럼통 1000여 개가 저장되어 있는 ‘인수저장건물’(사진). 울진 월성 원전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가 꽉 차 2010년 12월 이곳으로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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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중 보호막으로 ‘철저 관리’
임시로 저장 중인 중·저준위 방폐물은 지하의 ‘사일로’가 완공되면 모두 옮겨 보관한다. 한 개의 사일로에는 약 10만 개의 드럼통을 보관할 수 있다. 이곳 방폐장에는 현재 6개의 사일로가 건설 중이다.
사일로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지름 7m 정도 되는 반원 모양의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땅 속으로 내려간 지 10분 정도 지나자 터널 양 옆으로 널따란 사일로 공간이 나타났다. 사일로는 해수면 기준으로 80m 지하의 땅속에 있는 버섯 모양의 동굴이다. 높이 50m, 지름 30m에 달하는 거대한 창고다. 사일로를 다 파고 난 뒤에는 드럼통이 보관되는 기둥 주변을 두께 1∼2m의 콘크리트 방벽으로 다시 차단한다. 지하수가 유입되거나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한 차수막도 설치한다. 방폐장이 완공되면 60년간 운영한 뒤 사일로 내부를 차쇄석과 콘크리트로 채운 후 밀봉한다.
홍광표 본부장은 “사일로로 들어온 방사성 폐기물은 1차 드럼통, 2차 처분 용기, 3차 콘크리트 방벽, 4차로 단단한 화강암으로 된 자연 암반으로 둘러싸여 방사성 물질 누출 걱정이 없다”며 “원전과 마찬가지로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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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주 방폐장 인근 지역 210만 m2의 터에는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을 위한 ‘환경친화단지 테마파크’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방폐장보다 1년 앞선 2013년 7월 완공되는 테마파크는 크게 자유관람 공간, 방문객센터, 통제관람 공간으로 나뉘며 인조잔디구장과 녹차밭, 전망대 등이 조성된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장인 생태 관찰대와 소리 터널 등도 들어설 예정.
송명재 이사장은 “경주 방폐장 인근 지역은 일반인의 연간 허용 방사선량의 100분의 1로 관리되기 때문에 안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인근 유적지와 함께 새로운 친환경 명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