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분향소에도 추모 발길
시각장애를 딛고 한국인 최초로 미국 백악관 차관보까지 오른 강영우 박사의 영정 앞에서 연세대 2년 후배인 김영 인하대 교육대학원장은 고인이 대학시절 즐기던 농담 한 토막을 떠올렸다.
“어제 텔레비전 봤냐? 그 여배우 정말 예쁘지 않디?” 눈이 보이지 않는 강 박사의 농담에 김 원장은 말문이 막히곤 했다. “눈은 멀쩡해도 편견에 가려 있던 저에게 ‘우린 다 같은 인간일 뿐’이란 걸 일깨워준 사람이죠.”
25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은 강 박사를 추모하는 발길로 붐볐다. 미국 워싱턴 인근 자택에서 23일(현지 시간) 췌장암으로 별세한 고인(향년 68세)의 분향소가 이곳에 차려졌다. 추모객들은 분향소를 지키며 고인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강 박사의 맏아들 진석 씨가 하버드대 입학 당시 쓴 에세이에는 어둠 속에서 책을 읽어주던 아버지에 대한 대목이 있다. 보통 아버지는 불을 켜고 책을 읽어 주니 눈이 부셔 잠을 못 자지만 내 아버지는 불을 끈 채 마음속에서 이야기를 꺼내 읽어줬다는 얘기다. 진석 씨는 아버지 눈을 고치겠다며 의대에 갔고 유명 안과의사가 됐다.
강 박사의 영결식은 27일 오전 10시 추도 예배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