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뛰고 경기지표는 하락… ‘두 얼굴’ 한국경제
○ 실물-금융시장 괴리 확대
유럽 재정위기가 본격화되며 지난해 9월 1,650 선까지 급락했던 코스피는 반년도 안 된 지금 2,020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200포인트 가까이 급등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채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외국인투자가들이 올 들어선 한국 주식을 10조 원어치나 순매수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시에서의 외국인 투자 때문에 환율도 연초 달러당 1155원에서 24일 1125원으로 30원이나 급락(원화가치는 급등)했다. 금융시장에 달러가 넘치면서 금융계에서는 “외자 유출입을 한시적으로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진지하게 나오고 있다.
○ 각국에서 풀린 돈, 한국에 집중 유입
우리 경제의 금융과 실물이 엇박자를 보이는 것은 경기회복을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돈 찍어내기’에 나서면서 막대한 유동성이 금융개방도가 높은 한국에 집중적으로 몰린 결과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14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혔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해 말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으로 대량의 유동성을 풀었다. 일본 역시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산매입 규모를 10조 엔(약 141조 원) 늘리는 양적 완화에 동참했고, 중국도 올 들어 처음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섰다. 영국중앙은행은 이달 초 500억 파운드(89조 원)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처럼 실물경기가 살아나기도 전에 너무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자 한국 등 신흥국의 증시와 통화가치가 이상 급등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물론 증시가 경기에 선행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금융시장의 넘치는 돈이 기업들에 적절히 유입만 된다면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각국의 유동성 확대→버블 붕괴→금융시장 충격’의 사이클이 여러 차례 되풀이돼 왔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또 그때마다 지금과 같은 실물과 금융의 괴리 현상이 동반됐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시장에 들어온 외국인 자금이 단기간 내에 빠져나갈 경우 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최근 국제유가의 상승세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데도 물가나 원자재 가격이 올라갈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