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왕은 왕이나 대왕과 급이 다르다. 중국의 황제(皇帝)에 필적하는 칭호다. 제후(왕)를 거느린 제국의 왕, 왕 중의 왕이란 뜻이다. 중국에서도 똑같이 왕으로 썼다가 진시황 때부터 고대 전설적 왕의 이름을 따 황제라고 칭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국대륙의 중심부를 뜻하는 중원을 장악한 왕조의 왕은 모두 황제를 자처했다. 중세 유럽의 중심부를 장악한 신성로마제국 통치자의 칭호로 로마황제의 칭호인 엠페러 또는 카이저를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土境平安好太王). 광개토태왕의 묘비명에 적힌 그의 시호(諡號)다. 시호는 왕이 죽은 뒤 붙이는 칭호다. 국강상은 장지(葬地), 광개토경평안은 영토를 넓히고 평안을 가져왔다는 그의 업적, 호태왕은 좋은 태왕이란 미칭(美稱)으로 분석된다. 비문을 보면 정벌을 준비할 때는 왕, 정벌이 완료됐을 때는 태왕으로 표기했다. 선대 고구려 왕들에겐 태왕이란 칭호를 붙이지 않았다. 왕과 태왕을 뚜렷이 구별했다는 증좌다. 신라 진흥왕도 삼국의 패자로 떠오른 뒤 태왕이란 칭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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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현 문화부 차장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