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재검토-재건축 소형확대… 아파트값 최대 7000만원 하락매물 쏟아져도 거래는 실종
○ 호가도 매수세도 ‘뚝’
창신숭인 뉴타운으로 지정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부동산뱅크 주길호 사장(71)은 “성급하게 뉴타운을 해제한다고 발표해 혼란이 크다”며 “이 일대는 지대가 높아 뉴타운으로 개발해야 주민들이 편해진다”고 말했다.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발표 이전부터 매매가 뚝 끊기기도 했지만 뉴타운 해제 발표 이후에는 문의조차 없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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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시장도 불만이 크다.
서울 강남구 개포2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의 이영수 위원장은 서울시의 재건축 정책을 얘기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재건축 때 소형주택을 많이 지으라고 하는 것도 서러운데 서울시나 강남구청 모두 명확히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어 주민들만 밤잠 못 이루고 있습니다. 진짜 서럽네요.”
18일 찾은 개포주공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손님이 없어 한산한 모습이었다. 공인중개사들은 “해도 너무할 만큼 손님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개포2단지 인근 주공부동산의 허영 대표는 “최근 재건축아파트가 하락세를 타고 있었는데 서울시의 소형평형 의무 정책으로 다시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루에 전화가 한두 통 오는데 모두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이라며 “고가에 샀던 분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개포지구 일대의 아파트 가격은 전체적으로 1000만∼2000만 원 하락한 상태다. 지난달과 비교해 최고 7000만 원이나 떨어진 물건도 있다. 개포1단지 공급면적 58m²는 지난달 중순까지 9억7000만 원의 호가를 유지하다가 현재 9억 원에 급매물이 나왔다. 8억 원대에 거래되던 공급면적 50m²도 7억8500만 원까지 하락했다.
○ 커지는 주민 불만
주민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개포주공에 사는 송남석 씨는 “지은 지 30년이 되어가는 낡은 집에서 살면서도 나중에 번듯하고 큰 집에서 살 것이란 기대로 버텨왔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은 큰 집에서 살아도 되고, 없이 사는 시민은 무조건 좁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건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개포3단지 추진위원회의 정찬일 상근위원은 “젊은 사람들이야 서울시와 강남구에 항의라도 하지만 나이가 많은 주민들은 아예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라며 “지자체가 주민 재산권에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는 게 과연 자본주의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일인지 모르겠다”며 한숨만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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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한파 원인 서울시
부동산 한파나 주민 불만 모두 올해 들어 서울시가 뉴타운 출구전략과 재건축 소형 평형 의무 방안을 잇달아 발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18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3단지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앞. 이 일대는 서울시가 재건축 때 소형 아파트를 50% 지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시세가 1000만∼2000만 원 떨어진 물건이 쌓여 있지만 매수세가 없어 썰렁한 분위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시가 임대비율 확대와 고층 건립 불가 등의 재건축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시장에 불확실성이 퍼지고 있다”며 “하루 빨리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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