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정창용 씨가 말하는 일본생활 야구 두뇌-승부 근성 두 선수 모두 타고나
정 씨는 이승엽(36·삼성)이 요미우리에 입단한 2006년부터 통역 일을 시작했다. 지난해 이승엽이 오릭스로 이적할 때도 함께했다. 올해는 이대호가 오릭스에 입단하면서 일본에 남았다. 통역 생활만 벌써 7년째다.
정 씨는 박한이(33·삼성)와 동국대에서 함께 야구를 했던 선수 출신이다. 대학 졸업 후 일본에서 트레이닝 공부를 하던 중 이승엽과 인연이 닿았다. 17일 오키나와 미야코지마에서 만난 정 씨는 “이승엽과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스타다. 이들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운아”라고 했다. 그로부터 이승엽과 이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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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은 겸손한 선수였다. 대스타지만 항상 자신을 낮추고 남을 먼저 배려했다. 일본에서 8년을 뛸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오릭스의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이 “성적을 떠나 팀의 모범이 되는 선수였다. 올해도 꼭 데리고 있고 싶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에 비해 이대호는 자신만만하다. 오릭스에 합류한 지 2주 남짓 지났지만 이미 선수단 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 T-오카다를 데리고 골프를 치는가 하면 후배 선수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열심히 훈련하면 일본에서도 타격 7관왕 하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넉살이 좋다.
정 씨는 “이대호는 거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알고 보면 자신감이 넘치는 것이다. 그가 타격 연습을 할 때는 일본 선수들도 감탄사를 연발한다”고 전했다.
○ 섬세한 승엽 씨 vs 털털한 대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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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대호는 “밸런스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이다. 연습할 때 방망이가 썩 좋지 않아도 “경기 나가서 잘 치면 되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준비를 철저히 한다. 틈만 나면 롯데 시절 타격 7관왕에 올랐던 2010년도의 비디오를 보면서 좋은 자세를 기억하려 애쓴다.
○ 영리하고 특별한 승엽=대호 씨
둘은 공통점도 많다. 우선 두뇌회전이 빠르다. 이승엽은 상대 투수와의 수 싸움에 일가견이 있다. 이대호도 영리하긴 마찬가지다. 보통 외국에서 온 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새 코칭스태프에게 잘 보이기 위해 큰 타구를 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이대호는 밀어치기에 주력하고 있다. 정 씨는 “다른 구단 기록원들이 대호의 약점을 파악하려고 정찰하러 온 것을 본인이 안다. 더 잘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자신을 감춘다. 보통 선수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라고 했다.
둘의 승부 근성 역시 특별하다. 이승엽은 순한 인상과는 달리 방망이가 잘 맞지 않을 때는 미칠 듯이 힘들어했다. 이대호는 작은 내기에서조차 지는 걸 싫어한다. 정 씨는 “휴일에 이대호와 골프를 쳐봤다. 잘 못하다가도 돈을 건 홀에서는 모두 대호가 이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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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코지마=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