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의 역사/이영석 지음/490쪽·2만8500원·푸른역사
이런 도식은 상당부분 익숙한 내용이다. 1760년을 전후해 영국에서 탄생한 면방적기와 증기기관을 통한 산업혁명, 1870년대 자동차와 전기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 위주의 2차 산업혁명에서 영국의 쇠퇴와 독일과 미국 등 후발산업국의 추월, 1970년대 제조업 후퇴와 맞물려 이뤄진 지식정보산업과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한 탈공장화의 흐름이다. 이런 도식은 서구중심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국가들의 인구와 규모를 본다면 공장화는 오히려 확대일로에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진가는 오히려 최초의 산업혁명 국가로서 영국이 걸어간 길에 대한 종합적 성찰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저자는 산업화를 상징하는 공장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된 사회현상(노동관의 변화, 노동계급의 탄생과 복지국가의 등장)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두루 소개하면서 이를 통합 정리한다. 그중 상당수는 일반의 통념과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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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저자가 ‘무거운 근대화’로 표현한 2차 산업혁명 때 영국이 독일과 미국 등 후발주자에 추월당한 것은 영국 기업들이 성공의 공식에 취해서다. 미국과 독일 기업은 대량생산을 위해 노동자와 주주가 대거 참여하는 ‘비인간적 자본주의’의 길을 과감히 택했지만 영국 기업은 그동안 성공가도를 달려온 가족기업 형태의 ‘인간적 자본주의’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논문을 통합한 탓에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도 눈에 띈다. 1∼3부에서 기계(머신)와 산업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부풀려지거나 오해의 산물이 많음을 지적하다가 4부 ‘탈공장의 시대’에선 “근대산업문명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폐해를 안겨주었다”고 정색하고 비판한 점이 대표적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