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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산업혁명은 구조조정의 산물?

입력 | 2012-02-18 03:00:00

◇공장의 역사/이영석 지음/490쪽·2만8500원·푸른역사




공장 굴뚝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산업화라는 빛과 환경오염이라는 어둠이다. 공장의 역사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으려면 모름지기 이를 아울러야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못한다. 산업화를 추동한 힘으로서 기계와 그 복합적 산물로서 공장의 탄생과 변화, 쇠퇴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공장이란 집약적 공간이 초래한 환경파괴는 간단한 언급 정도다.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정작 내용에 한국 공장의 역사는 한 줄도 나오지 않는다. 산업혁명의 진원지로서 영국과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의 요람으로서 미국의 대량 생산 시스템의 역사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된 담론 및 제도의 변화를 보여줄 뿐이다.

이런 도식은 상당부분 익숙한 내용이다. 1760년을 전후해 영국에서 탄생한 면방적기와 증기기관을 통한 산업혁명, 1870년대 자동차와 전기 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 위주의 2차 산업혁명에서 영국의 쇠퇴와 독일과 미국 등 후발산업국의 추월, 1970년대 제조업 후퇴와 맞물려 이뤄진 지식정보산업과 정보통신혁명으로 인한 탈공장화의 흐름이다. 이런 도식은 서구중심적이다. 전 세계적으로 중국과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는 국가들의 인구와 규모를 본다면 공장화는 오히려 확대일로에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진가는 오히려 최초의 산업혁명 국가로서 영국이 걸어간 길에 대한 종합적 성찰에 있다고 봐야 한다. 저자는 산업화를 상징하는 공장의 탄생과 발전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된 사회현상(노동관의 변화, 노동계급의 탄생과 복지국가의 등장)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이론을 두루 소개하면서 이를 통합 정리한다. 그중 상당수는 일반의 통념과 배치된다.

몇 가지 예를 들면 이렇다. 1, 2차 산업혁명이 이뤄지던 시기 주역 국가들은 호황기를 구가하던 게 아니라 불황기였다. 일종의 구조조정의 홍역을 겪는 와중에 산업혁명이 선취된 것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분야는 영국이 비교우위를 지녔던 모직산업 분야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뒤처진 면방직산업이었다.

반면 저자가 ‘무거운 근대화’로 표현한 2차 산업혁명 때 영국이 독일과 미국 등 후발주자에 추월당한 것은 영국 기업들이 성공의 공식에 취해서다. 미국과 독일 기업은 대량생산을 위해 노동자와 주주가 대거 참여하는 ‘비인간적 자본주의’의 길을 과감히 택했지만 영국 기업은 그동안 성공가도를 달려온 가족기업 형태의 ‘인간적 자본주의’를 고수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논문을 통합한 탓에 일관성이 부족한 경우도 눈에 띈다. 1∼3부에서 기계(머신)와 산업화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부풀려지거나 오해의 산물이 많음을 지적하다가 4부 ‘탈공장의 시대’에선 “근대산업문명의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 물질적 풍요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폐해를 안겨주었다”고 정색하고 비판한 점이 대표적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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