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라 가로수길 매장. 국내 35번째 매장을 낸 자라는 봄 신상품부터 가격을 약 20% 인하한다. 자라코리아 제공
가격 파괴 돌풍의 주인공인 자라부터 신상품 가격을 16∼20% 낮췄다. 2월부터 매장에 들어온 봄·여름 상품에 할인된 가격이 적용됐다. 최근 원화대비 유로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에 제품 가격에 이를 반영했다는 게 자라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자라는 스페인 브랜드다. 패션업계에서는 SPA 열풍에 놀란 국내 패션업체들이 반격에 나서자 자라코리아가 이를 의식해 가격을 내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유로화가 싸졌는데도 샤넬과 에르메스, 이탈리아 프라다 등은 10% 안팎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싸지도 싸지도 않아 중간에 끼어 있던 국내 패션 브랜드들은 가격을 내리는 쪽을 선택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 데다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리는 SPA 브랜드의 공세로부터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다.
제일모직은 올해 SPA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 옷값 거품 빼기에 동참하고 있다. ‘에잇세컨즈’는 여성 라이더 재킷이 10만 원대 수준으로 웬만한 SPA 브랜드보다 가격이 낮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올겨울 유니클로 패딩이 너무 싸서 국내 패션업체들의 패딩 재고가 넘치고 있을 정도로 글로벌 SPA 브랜드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이에 맞서 어떻게든 가격을 낮춰 살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