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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KT ‘스마트TV’ 전면戰… “소비자 피해” 누구 말이 맞나

입력 | 2012-02-14 03:00:00

■ 양측 기자회견 공방… 통신-제조업 대리전 양상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 제한을 둘러싸고 KT와 삼성전자가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옥에서 KT의 스마트TV 인터넷 접속 제한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 스마트TV 고객뿐 아니라 KT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까지 피해를 주는, 대기업으로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KT는 오후 2시 긴급 반박 기자회견으로 맞섰다. KT 측은 “9일 삼성 스마트TV에 대해 인터넷 접속을 제한한 것은 인터넷 망의 무임승차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KT가 삼성전자의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을 도입해 휴대전화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두 회사가 껄끄러운 관계에 놓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이번처럼 서로 공개적인 공방전을 벌이지는 않았다. 그만큼 양사 간 감정 대립이 첨예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의 스마트TV에 대한 인터넷 접속 차단 사태에서 일차적인 쟁점은 스마트TV 사용이 인터넷 망에 과부하를 주는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 이용이 인터넷 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KT의 주장에 대해 “스마트TV에서 사용하는 HD급 콘텐츠의 용량은 (통신사의) 인터넷TV(IPTV)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스마트TV의 실시간 방송은 IPTV와 달리 인터넷이 아니라 일반 TV 전파를 사용하며 다시보기(VOD)나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송량이 적다는 것.

KT는 이에 앞서 9일 “스마트TV는 IPTV와 비교해 최대 5∼15배에 이르는 트래픽을 발생시켜 통신망 ‘블랙아웃’이 우려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또 “KT는 애플의 아이폰을 처음 들여왔을 때 아이폰 데이터 사용량이 폭주해 통화 불통 현상이 발생해도 네트워크 설비 투자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만 밝히고 애플에 대가를 요구하거나 망 접속을 차단하지 않았다”며 “삼성의 스마트TV에 대한 차별 행위”라고 주장했다.

KT는 이에 대해 “애플은 한국 진출 전 통신사와 수익을 공유하는 정당한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우리는 요금을 받자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사업에서 협력하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두 회사 모두 ‘소비자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서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타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통신사에 망 이용대가를 제공하면 제품 가격이 올라간다고 주장하고, KT는 제조사에 망 이용료를 받지 않으면 소비자의 통신비가 올라간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측에서는 스마트TV 콘텐츠의 이용자는 소비자이고, 소비자는 통신사에 통신비를 낸 만큼 스마트TV 제조사가 돈을 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KT는 소비자가 이용하는 콘텐츠가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가 스마트TV 서버와 지역 기지국 사이를 연결하는 기간망에 부담을 주는 게 문제이므로 소비자가 아니라 제조사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통신사와 제조사의 주장을 각각 반영하는 두 회사의 싸움에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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