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안전하게만 운용을 하자니 아쉽고, 그렇다고 증시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에는 오른 주가가 부담스러운 데다 유럽 재정위기 등 ‘불씨’가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자들은 반 박자 앞서는 법. PB들에 따르면 강남권 고액 자산가들은 안전자산에서 일부 자금을 빼 발 빠르게 ‘두 주머니’ 굴리기에 나섰다. 큰 자산은 안전하게 묻어두되 소액 자산은 대안투자처를 이용해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 작은 주머니는 과감하면서도 스마트하게
서서히 ‘투자 페달’을 밟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이 눈여겨보는 대표 상품은 해외 하이일드(high yield) 채권 펀드다. 하이일드 채권은 말 그대로 국공채나 우량 회사채보다 높은 이자를 주는 채권이다. 신용도는 다소 낮지만 높은 금리를 챙길 수 있고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낮다.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고 있는 셈. 최근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7일 기준 3개월 수익률은 ‘골드만삭스 글로벌하이일드 C’가 5.62%, ‘블랙록 미국달러하이일드(H) A’가 4.53%를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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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국내 증시도 주시하며 타이밍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외면받았던 자문형 종합자산관리계좌(랩 어카운트)에도 서서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는 귀띔이다.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조완제 팀장은 “증시가 상승세를 펼치자 고액 자산가들을 관리하는 SNI점포에서는 랩 어카운트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 큰 주머니는 안전하게
‘큰 주머니’에는 여전히 국채 등 안전자산을 담아두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변수가 남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30억 원 이상 자산가의 금융상품 보유 순위를 조사한 결과, 국채가 8309억 원(42.1%)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월부터 판매된 미래에셋증권의 ‘월지급식 글로벌채권(브라질)’은 새해에도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2월 현재 잔액이 5892억 원에 이른다. 유전펀드 ‘한국 ANKOR 유전자원개발펀드’는 15년 만기 상품인데도 연 10%의 배당수익과 분리과세 혜택을 앞세워 6일간의 청약을 통해 2800억 원의 개인투자자 자금을 모았다. 신한금융투자 전현진 PB팀장은 “주가상승기에 진입은 했으나 투자심리가 덜 풀린 까닭에 여전히 ‘자산 지키기’에 관심이 많다”며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취하되 현금 비중을 늘리며 증시를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