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희 경제부 기자
줄어드는 수강생들로 기운이 빠지는 건 강사들도 마찬가지였다. 18년째 강의를 해왔다는 한 강사는 “시장이 한창 좋을 땐 좌석이 모자랄 정도로 수강생들로 넘쳐났던 학원이 요즘처럼 썰렁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자격증을 따려는 학생들로 붐비던 학원가에 이처럼 찬바람이 감도는 것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때문이다.
한때 ‘국민 자격증’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였던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08년 15만6329명에 이르던 접수자는 2009년 15만923명, 2010년 11만3416명으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10만6980명에 그치면서 10만 명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대학교 부동산학과는 학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D, H대 등 일부 대학은 올해 입학경쟁률이 2010년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지방에 있는 대학들은 아예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사립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국내 부동산학과에서도 금융과 부동산 결합 등 전문성을 강화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지만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우려한 학생들이 입학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쉬워했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국내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불황으로 국내 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부진의 여파가 부동산 전문가를 꿈꾸던 취업 준비생들과 관련 대학의 시름까지 깊어지게 하고 있다.
박선희 경제부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