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수업일수 줄이면 교육의 質 떨어져
요즘 대학생들은 연애 포기, 결혼 포기, 취업 포기로 대표되는 ‘삼포세대’로 스스로를 자조한다. 연간 1000만 원에 이르는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4년 동안 허덕이다 보면 어느새 졸업할 때가 되고, 바로 취업이 안 돼 실업자나 비정규직의 88만 원 세대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젊은 세대는 대학과 기성세대에 원망의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등록금 인하를 발표한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하에 따른 재정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수업일수를 줄이거나 장학금 지급 대상자 선정기준을 변경하면서 새로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양대와 광운대는 등록금을 2% 내리는 대신에 현행 학기당 16주의 수업일수를 15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연세대도 등록금을 2.3% 인하하면서 가계곤란 장학금은 늘리고 기존 성적우수 장학금을 줄이자 등록금 인하분을 보전하는 편법이 심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연세대가 쌓아 놓고 있는 적립금은 2010년 4500억 원으로 전체 대학 중에서 3위다. 한양대의 작년 대입전형료 수입은 91억 원에 이르고 스타 고교선수 영입을 위해 억대 몸값을 지불하기도 했다. 수도권 주요 대학들이 내놓은 수업일수 감소나 장학금 대상자 축소, 대규모 강의나 사이버강의 확대 같은 자구책은 우리나라 대학 역사상 사건으로 기록될 등록금 인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재원 다양화 위해 노력해야
주요 사립대학들이 2∼3%대의 등록금 인하로 부족한 재정을 보전하기 위해 학생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가거나 대학교육의 질을 낮춘다는 오해를 살 만한 ‘꼼수’를 부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10만 원의 소액기부 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별도의 수익사업을 활성화하고, 대학의 재단적립금을 일정 부분 장학금 용도로 사용하는 방향으로 등록금 인하를 위한 재원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또 기업이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는 계약학과를 늘려가야 하며 현재 주요 은행과 대기업, 공공기관에서 직원 자녀의 학자금으로 부담하는 지원금 중 등록금 인하에 따른 잉여금을 대학기금으로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나 관계기관에 적극 요구할 필요가 있다.
20대 대학생들이 앞으로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등록금 부담 없이 필요한 기본 체력을 잘 갖추도록 하는 것이 결국 대학생 개개인에게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대학이 사회에 존재해야 할 명분을 얻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