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
고대 서양에서 행복은 미덕, 신성한 은혜, 신의 은총과 같은 의미를 가졌다. 동양에는 아예 행복이라는 말이 없었다. 일본 학자가 번역하면서 사용한 ‘행복’은 물질적 풍요를 의미했다. 삶의 만족을 가리키는 한자는 ‘안락’이 있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사고가 확산됐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벌어 상품과 사치재를 구입할 때 행복하다고 느꼈다. 소비사회에서 사람들은 행복을 사고팔았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서양사회의 실질임금이 증가했지만 행복감은 상승하지 않았다. 한국도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행복감은 밑바닥이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넘은 ‘나 홀로 볼링’에서 1960년대 후반 이후 혼자 볼링을 하는 미국 사람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관계가 약화되면서 행복감이 약화됐다. 한국 사람들은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돈을 위해 야근을 선택한다. 가족을 만날 시간이 없으니 행복감은 낮아진다. 퍼트넘이 지적한 대로 사회적 자본이 중요하다.
사회적 질은 개인의 행복에도 영향을 준다. 소득을 높이는 경제정책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회의 질을 높이는 사회정책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은 ‘국민이 행복한 복지국가’를 강령에 포함했다. 민주당도 ‘보편적 복지’를 내세웠다. 경제 못지않게 사회가 중요하다고 보는 민심에 대한 반응이다. 이제 정치권은 구체적 정책과 재원조달 방법으로 유권자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