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SNS’ 권하는 사회… SNS 관리 대학강좌도 생겨
김 씨 같은 취업준비생들은 대부분 SNS 관리에 공을 들인다. 채용 과정에서 SNS를 활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들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상사가 볼 수 있는 계정을 따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가짜 친구’를 만들고 본모습과 다른 이중생활을 하는 셈이다.
○‘세컨드 계정’으로 이중생활
중앙 정부부처 공무원 최모 씨(32)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각각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 친구들과 사용하는 트위터에선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팔로하고 직장 상사에 대한 ‘뒷담화’도 거리낌 없이 날린다. 그러나 직장과 연락처, 학력까지 공개한 페이스북 친구들은 대부분 직장 상사나 동료들이라 사적인 내용은 담벼락에 남기지 않는다. 페이스북이 아니라 직장을 위한 ‘페이크(fake·거짓)북’인 셈이다. 최 씨는 “영국에서 직장 상사에 대한 험담을 해서 해고된 사람도 있다는 뉴스를 봤다”며 “공무원이다 보니 아무래도 행동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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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우기
입사 전형을 앞둔 취업 준비생들은 SNS에 남긴 욕설이나 친구들과 놀러 다닌 흔적 등 숨기고 싶은 과거를 지우느라 분주하다. 인터넷에선 이런 과거를 ‘흑(黑)역사’라고 부른다.
기업들은 예전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채용을 진행했지만 요즘엔 SNS를 활용해 채용 정보를 실시간 제공하고 지원자들과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원자들의 SNS 계정과 사회관계망을 알게 된다.
취업정보업체 인크루트의 정재훈 과장은 “이력서 스펙이 변별력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SNS를 통해 지원자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고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보는 채용 담당자들이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SNS로 자신을 홍보
대학생 김 씨는 영어 회화에 자신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면접을 앞두고 어학연수 시절 사귄 외국 친구들과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받은 흔적을 남겨뒀다. 이를 입사지원서에 첨부한 QR코드에 연결해 면접위원들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김 씨의 QR코드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취업을 위해 꾸준히 관리해온 SNS 계정들이 연동돼 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 원장은 “기업에서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SNS를 잘 활용하는 사람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SNS를 잘 이용하는 것이 취업 전략이라고 여기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박새롬 인턴기자 이화여대 사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