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변’ 과학봉사 인하대생 유족들, 춘천시청앞 1인시위 나선 까닭은
지난해 7월 27일 강원 춘천시 신북읍 산사태로 딸을 잃은 최영도 씨가 1일 춘천시청 앞에서 보상을 위한 특별조례 제정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기록적인 폭우가 중부지방을 강타했던 지난해 7월 27일 춘천시 신북읍 상천초등학교로 과학 봉사활동을 떠났던 최 씨의 딸 민하 씨(당시 19세)는 민박집을 덮친 산사태에 희생됐다. 민하 씨 등 인하대 과학 동아리 학생 10명을 포함해 13명이 숨진 참사였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딸 생각이 더 커집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어른들에게 예쁜 짓을 잘해 친가 외가 모두에서 사랑받던 딸, 새 집으로 이사하면 홍익대 앞에 가서 맥주 한잔하기로 약속했던 딸이었다. 말 못할 슬픔 속에 딸의 장례를 치른 최 씨는 마음을 추스르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른 유족과 ‘인하대 희생자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대변인까지 맡았다. 춘천시로부터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명확한 사고 원인을 가리고 희생자 추모비 건립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냈다. 행정상의 잘못으로 사고가 났다는 점이 확인되면 보상도 뒤따를 것으로 생각했다.
유족들은 강원도와 춘천시에 보상을 위한 특별조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사고 원인 규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식들의 죽음이 헛되게 묻히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화재,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등 6건이 특별조례를 통해 보상이 이뤄졌고 춘천 산사태도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얻었다. 4만7000여 명의 시민 서명도 받았다. 최 씨는 “우리의 요구에 대해 마치 돈을 바라는 것처럼 매도하는 사람도 있는데 우리는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정당한 보상을 통해 자녀들의 희생을 사회적 죽음으로 인정받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지난해 9월 14일부터 춘천시청 앞에서 번갈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유족과 인하대 학생 등 10여 명이 하루씩 맡는다. 최 씨 같은 직장인은 휴가를 냈고 자영업자는 하루 영업도 포기했다. 주말엔 유족 모두가 춘천시내와 교회 등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유족에게 춘천은 떠올리기조차 싫은 곳이지만 당국과의 계속되는 다툼 탓에 매주 이곳을 찾고 있다. 최 씨 역시 집회, 시위, 서명운동, 도와 시 방문을 위해 30차례 넘게 춘천을 찾았다.
유족들은 자신들의 고생보다 자녀들의 죽음이 허무하게 잊혀지는 게 더 두렵다. 고 이민성 씨(당시 26세)의 아버지 이건학 씨(51·인천)는 “지자체의 미온적 대응이 유족들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고통을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 김유신 씨(당시 20세)의 어머니 민은순 씨(53·인천)는 “그날 내린 폭우처럼 세월이 빨리 흘러가기를 바라고 너무나 가여운 우리 아이들과 유가족의 아픈 마음을 이 사회가 조금이라도 헤아려주면 좋겠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