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환 화백 14년째 잔잔한 웃음줘
“3000개의 에피소드 중 어떤 게 가장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황중환 화백은 “에피소드마다 사연이 있어 하나를 꼽긴 힘들지만 ‘배려’라는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새들이 비바람을 피할 수 있도록 나무 위에 아파트형 새집을 지어준다는 내용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본보 연재만화 ‘386c’(삼팔육씨)가 3일 3000회를 맞았다. 1999년 4월 1일 연재를 시작한 이래 14년째 꾸준히 삼팔육 씨의 일상이 독자에게 배달되고 있는 것. 황중환 화백(42)은 “초등학생 독자가 대학생이 돼 소재를 제공하고, 예쁜 여중생이 아기 엄마가 돼 ‘공감한다’는 말을 건네며, 사법시험 준비생이 변호사가 돼 법률 조언을 해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고 웃었다.
연재를 시작할 때 스물아홉이던 황 화백도 이제 40대 중반을 향해 간다. 연재 초기 말썽꾸러기 꼬마였던 첫째 아들 규헌이가 벌써 고등학교에 다니고,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둘째 아들 규성이는 다음 달이면 초등학교 5학년이 된다. 화백과 삼팔육 씨 모두 ‘386’이 아닌 ‘486’ 세대가 됐다. 하지만 그는 “제목은 물론이고 그림을 그리는 마음가짐도 ‘486c’로 바꿀 필요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삼팔육 씨가 단순히 특정 세대만을 뜻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도전은 하되 무모하지 않은 37세의 감성을 가지고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생활인을 상징하거든요.”
‘386c’는 가족에 대한 에피소드가 많다. 황 화백 가족의 실제 사연은 물론이고 독자들이 보내준 소재를 각색한 것도 적지 않다. 그는 “앞으로도 가족 이야기가 중심축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행복이 거창한 데 있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3000회를 기념해 조만간 가족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앞으로 4000회, 5000회를 넘어 1만 회까지 연재하고 싶어요. 계산해 보니 대략 70세가 될 때까지 그려야 1만 회를 채울 수 있더군요. 손 떨림이 생길지 모르지만(웃음). 그때는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서른일곱의 마음을 가진 장난꾸러기 노인, 기대되지 않나요?”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