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치 박치 기자, 밴드방 1호점 체험기
밴드방에서는 악기를 연주할 줄 모르는 사람도 게임하듯 간단하게 멋들어진 사운드를 낼 수 있다. 인디밴드 ‘비밀리에’(왼쪽)와 악기 연주 생초보인 구가인 기자.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 두더지 잡기 하듯 드럼 연주
밴드방은 지난해 말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국내 최초로 등장한 놀이공간이다. 말 그대로 밴드 체험, 즉 노래와 악기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기자는 16일 저녁 인디밴드 ‘비밀리에’와 함께 밴드방을 찾았다. 굳이 인디밴드를 섭외한 이유는 음치·박치이자 노래방 혐오주의자인 기자의 체험만으론 지나치게 편파적인 평가가 나올까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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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연주 경험이 없어도 된다”는 직원의 말을 믿고 가장 인기 있는(만만한?) 악기라는 드럼 앞에 앉았다. 밴드방에선 실제 악기를 이용하긴 하지만 진짜로 악기를 연주해야 하는 건 아니다. 기타의 경우 복잡한 코드를 단순화한 버튼 5개를 왼손으로 누른 채 줄을 튕기면 된다. 드럼은 화면에 보이는 연주 지시를 그대로 따라하면 OK다.
드디어 연주 시작. 도전곡으로 ‘여행을 떠나요’를 고르고 최저 난이도인 ‘즐기기’를 선택했다. 엉거주춤 드럼스틱을 잡고 화면을 따라 여러 개의 북과 심벌즈를 정신없이 때리기 시작했다. 악기 연주라기보다는 음악에 맞춰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는 기분이랄까.
반면 원래 악기에 익숙한 ‘비밀리에’는 쉽게 주법을 익혔다. 실제 연주에 가까운 ‘어려움’ 모드를 택해 능숙하게 합주했다.
밴드방에 대한 ‘비밀리에’ 멤버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노래방보다 재미있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좀 시시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보컬을 맡은 백혜령 씨는 “음악을 업으로 삼는 사람 입장에서 기계신호만 따라 하는 것은 좀 심심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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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기타와 리듬액션 게임을 해보자
결국 기자는 회사 선배가 빌려준 ‘에어기타’를 통해 절충점을 찾기로 했다. 에어기타는 기타의 보디는 없고 헤드 부분만 있는 ‘어른용 장난감’이다. 기타의 코드를 버튼으로 바꿨다는 점은 밴드방과 같지만 기타 줄이 아니라 허공에 스트로크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때는 에어기타에서 나오는 적외선이 가상의 줄 역할을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매력적이지만 섬세한 음을 내기는 어렵다.
드럼스틱을 허공을 휘젓는 것만으로 연주가 가능한 에어드럼도 20만∼3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폼은 좀 안 나도 ‘이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밴드의 꿈을 이룰 수 있는 세상이다.
한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말하는 리듬액션 장르의 게임을 통해 뮤지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론 비디오게임기용인 ‘락밴드’ 시리즈가 꼽힌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게이머 여럿이 모여 밴드를 구성하는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이머들은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보컬 등 다양한 파트를 각각 맡아 ‘합주’를 하며 니르바나, 비틀스 등 전설적인 밴드의 음악을 연주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합주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락밴드’의 조작법은 매우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흐르는 음악에 맞춰 흘러나오는 화면의 지시를 보면서, 드럼 컨트롤러를 두들기거나 기타 컨트롤러를 튕기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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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북의 면과 테두리를 신나게 두들기는 것만으로도 연주를 할 수 있는 ‘태고의 달인’ 시리즈와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비트매니아’, 실제 악기를 본뜬 컨트롤러가 인상적인 ‘기타매니아’ ‘드럼매니아’ 시리즈도 음악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적인 리듬액션 게임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정동범 게임동아 편집장 blackbird@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