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일기는 글쓰기 훈련과 소통 수단
고백하자면 이것도 다 옛날 얘기다. 아이들이 일기 쓰는 걸 본 게 오래전이다. 경기도에서 지난해 3월부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부터다. 물론 학생인권조례가 일기를 쓰지 말라고 하진 않는다. 교직원이 학생 동의 없이 소지품 검사를 하거나 일기장 개인수첩 같은 학생의 사적 기록물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일기검사를 하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학생이 일기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기를 쓰게 하고 싶은 교사는 ‘꼼수’를 동원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일기를 제출하도록 하되 일기검사를 원치 않는 학생은 표지에 “내 일기를 보지 마세요”라는 메모를 붙이게 하도록 한다. 원하는 사람만 일기를 제출하도록 하는 교사도 있다. 물론 대다수 교사들은 이런 일도 하지 않는다. 일기의 효용성을 믿는 나는 아들에게 “일기를 쓰라”고 강요에 가깝게 권고했는데 아들의 반응이 걸작이다. “인권침해라고 (김상곤) 교육감한테 전화할 거야.” 일기검사가 아닌 일기쓰기를 인권침해로 오독(誤讀)해 엄마를 인권침해사범으로 몰아붙일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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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기는 이러한 단점을 뛰어넘는 장점을 갖고 있다. 반성하는 습관, 기록으로서의 가치, 글쓰기 훈련 등 일기의 효용성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겠거니와 요즘 주목할 것은 학생과 교사의 소통수단으로서의 가치다. 최근 얘기를 나눴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기검사가 없어져 편해졌다. 하지만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집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도리가 없다”고 답답해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일기장에는 대개 담임교사가 간단한 코멘트를 달아준다. 친구와 다툰 얘기를 쓰면 “속상했겠구나”, 할머니가 아프다는 내용이면 “빨리 나으시도록 선생님도 기도할게” 같은 식이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아이들은 교사와 소통하면서 속내를 털어놓게 된다. 민감한 교우관계나 고민거리도 포착해낼 수 있다.
손발 묶인 교사들 슈퍼맨 아니다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소지품 검사도 마찬가지다. 한 남자고등학교 교장은 “불시에 소지품 검사를 하면 가발부터 콘돔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쇠망치 자전거체인이라고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체벌이 없고 두발 복장이 자유로운 미국 학교에서도 학교 내 금지 물품이 정해져 있고 반입 시 처벌된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의 특징을 반영한 결과겠지만 어떤 학교들은 등교시에 책가방을 금속탐지기에 통과시킨다.
나는 두발 복장 자율화 같은 사안은 학교가 수용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꼭 조례로 정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머리 길이나 색깔도 규제하는 학교라니 시대착오적이고 숨 막힌다. 하지만 학생지도를 위한 손발은 다 묶어놓고 교사에게 수업도 잘하고 왕따 폭력까지 예방하라고 하면 슈퍼맨인들 해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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