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제기간 한국 찾은 중국인 작년보다 50% 껑충… ‘명절 특수’ 두 표정
《“최근 백화점에서는 인근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받고 붕대를 감은 채 쇼핑을 즐기는 중국인들의 ‘성형 룩’이 화제다.”(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
춘제(春節·22∼28일)와 겹친 설 연휴(21∼24일),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들은 ‘럭셔리 쇼핑’과 ‘참살이(웰빙) 관광’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중국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프리미엄 명품’이나 스키 스파 워터파크 등 체험형 상품에 지갑을 열었다.》
‘큰손’ 중국인 관광객들이 예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최신 쇼핑 정보에 해박한 구매자가 늘었다는 것. 이들은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이름이 널리 알려진 명품보다 중국 내에서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특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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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가격 정보에도 민감해 할인 혜택이나 사은품 제공 여부도 꼼꼼히 따지는 편이었다. 연휴 기간 소공동 롯데면세점을 방문한 한 중국인 고객은 중국에서도 파는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제품 1년 치를 3000달러(약 338만 원)에 구입했다. 중국 백화점보다 면세가가 저렴하고 사은품을 더 많이 챙겨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설 연휴 대형마트에선 질 좋은 국내 생필품을 ‘싹쓸이’해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20∼24일 한방 생리대 ‘귀애랑’의 매출 중 60%가 중국인 고객들로부터 나왔다. 이마트 제주점과 김포공항점 동인천점 등에선 고무장갑을 ‘선물용’으로 1인당 10개 이상씩 사가는 중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내 제품과 각종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며 어떤 브랜드를 미리 정해놓고 오는 ‘목적구매’ 성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에 여행기를 올리는 ‘과시형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남과 다른 명품을 사고 싶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적이 부진했던 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 효과를 톡톡히 봤다. 21∼24일 롯데백화점 본점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지난해 설 연휴(2월 1∼5일)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롯데면세점은 설 연휴 중국인을 대상으로 49억 원의 매출액을 거두며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2배로 늘었다. 신라면세점 서울점도 중국인 대상 매출액이 272.9% 늘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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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강원도청 해외마케팅 담당자는 “설악산 남이섬 등 ‘관람’ 위주의 코스를 벗어나 올해부터는 스키 워터파크 스파 온천 등 체험 위주 상품이 늘었다”며 “고품격 체험 상품을 선호하다 보니 당일치기보다 2박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인 관광객이 많았던 고급 스파에도 중국인이 몰리기 시작했다. 리츠칼튼서울에 입점한 종합클리닉 ‘포섬프레스티지’에는 연휴기간에 중국인 관광객 수십 명이 1000만 원에 이르는 ‘성형+종합건강검진+스파’ 패키지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바가지-환전사기 “不好”
《서울 중구 명동의 A음식점은 최근 6000∼8000원이던 설렁탕 대구탕 갈비탕의 가격을 1000∼2000원씩 올렸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연휴(22∼28일)를 맞아 한류 스타들이 즐겨 먹는 음식을 맛보겠다고 찾아올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것이다. 이 음식점 사장은 “겨울은 비수기인데 춘제 연휴가 있어 하루 평균 400만∼5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지난해보다 1.5배가량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오후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를 맞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한복을 입은 마스코트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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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가격표를 붙이지 않고 장사를 하면서 은근슬쩍 값을 올려 받는 경우도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동대문시장과 남대문시장의 일부 포장마차에서는 현지 물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관광객에게 비싼 값에 음식을 팔기도 했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바가지인 택시 요금 폭리도 여전했다. 명동에서 만난 탕리(唐莉·28), 탕페이((唐飛·27) 씨 자매는 “명동에서 이태원을 가자고 했는데 요금을 2만 원이나 달라고 했다”며 “너무 비싼 것 같아 다른 택시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이태원까지 택시비(일반택시 기준)는 일반적으로 5000원 정도 나온다. 다른 중국인도 “미리 한국인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기본요금이 나온다고 했는데 요금이 계속 올라가 항의하고 돈을 돌려받은 적이 있다”며 “택시를 탈 때는 한국인 친구에게 요금이 얼마 정도인지 확인부터 한다”고 말했다.
관광가이드와 연계해 관광객의 돈을 알겨먹는 일도 벌어지고 있었다.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에는 환전을 할 수 있는 은행들이 줄지어 있지만 가이드들은 현지 사정을 잘 모르는 관광객들을 환전소로 이끌고 가 수수료를 챙겼다. 환전소 관계자는 “공식 환율보다 비싸게 위안화를 원화로 바꿔주는데, 20만 원을 환전하면 1만 원 정도가 남는다”며 “이익의 일정 부분은 가이드에게 준다”고 했다. 관광객으로서는 내지 않아도 되는 돈을 날리는 셈이다.
일부 상인들의 이런 불법행위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시대’를 앞둔 한국의 위상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물가가 비싸고 못 믿을 나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되면 장기적으로 관광시장 전체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준 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10년 동안 4배 이상 늘어 지난해에는 222만 명이나 한국을 찾았는데 일부 바가지 요금 탓에 주요 고객을 놓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느냐”며 “일부 상인의 바가지 씌우기는 결국 자신 손해로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도 “시장의 투명한 유통구조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르는 주요 기준 가운데 하나”라며 “일본처럼 외국인 관광객도 가격을 믿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관광객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