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평도서관 뒤편 ‘박완서 자료관’ 설계 자문역 맡은 건축가 김원 씨
‘박완서 자료관’의 설계 자문역을 맡은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는 “고인의 인간적인 크기에 맞고 최대한 예우를 갖춘 건물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이와 달리 고인을 기리는 재단 설립이나 문학상 제정, 기념관 건립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고인은 생전 “책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을 남겼고, 유족이 그 뜻을 이어받아 기념물 건립 등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시는 지난해 고인이 살던 집이 있는 경기 구리시 아천동 일대(아치울 마을)를 ‘박완서 마을’로 바꾸려던 계획도 접어야 했다.
그러나 ‘박완서 자료관’은 새로 지어진다. 구리시 인창동 인창도서관 안에 있는 66m² 규모의 ‘박완서 자료실’이 고인의 타계 이후 방문객이 늘어 좁아지자 구리시는 2015년 준공을 목표로 구리시 토평동 토평도서관 뒤쪽에 자료관을 짓기로 했다. 유족도 세상을 떠난 작가가 ‘책을 통해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는 데 도움을 줄 이 계획만큼은 허락했다. 고인의 장녀인 수필가 호원숙 씨는 “어머니가 생전에 자료실 건립을 허락하신 데다 애착도 많으셨다. 집에 있는 자료들도 추가로 (자료관에) 넣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구리시에서 처음 제안을 받고 용지부터 둘러봤는데 옹색했죠. (토평)도서관 뒤에 주차장이 있는데 그곳에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자료관을 짓겠다는 거였어요. 용지도 한 100평 될까.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의 건의에 따라 용지는 약 2000m²(600여 평)로 넓어졌다. “고인이 본인을 드러내는 일을 싫어하실 거라는 것을 저도 압니다. 하지만 고인을 기리고 재평가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죠. 그분의 인간적인 크기만 하더라도 길이 잘 모셔야 할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지은 ‘문학관’들에서 방문객들은 작가를 만나고 작품과 소통한다.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다’(시 ‘자화상’)라던 미당의 시문학관에는 높이 18.35m의 전망대가 섰다. 그 위에선 들판을 가로지르는 바람을 온전히 맞을 수 있다. 태백산맥문학관은 산줄기를 끊어 땅을 파고 들어가 앉아 있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오롯이 써내려간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반추하는 공간이 높고 화려한 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완서 자료관’ 예정지인 경기 구리시 토평동 토평도서관 뒤편. 2015년 준공을 목표로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간다. 구리시 제공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