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초보, 12개 증권사 찾아가보니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고객의 맞춤 투자는 여전히 멀어 보였다. 기자가 투자를 시작하는 ‘사회 초년생’이라며 증권사 영업점 창구 12곳에서 직접 투자상품 상담을 해본 결과 재테크 초보들이 위험한 투자에 나서도록 부추기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회생활 1년차인데 1000만 원이면 많이 모으셨네요. 사실 ELS를 가장 권해드리고 싶어요.” 이처럼 창구 직원들은 한결같이 적립식펀드와 ELS 등 특정 상품을 적극 추천했다. 투자를 막 시작하는 재테크 초보라고 밝혔는데도 5곳에서 원금비보장형 ELS를 권했다. 채권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 들었다며 혼합형펀드 등 다른 상품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워낙 상품이 많아 다 설명할 수 없다”, “아직 어리니까 공격적으로 투자를 할 때다” 식으로 적립식펀드와 ELS 설명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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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구 직원들이 손실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태도도 여전했다. 직원들은 이익률을 설명할 때와는 달리 손실 가능성은 아예 언급하지 않거나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기 일쑤였다. 적립식 주식형 펀드의 최근 한 달 평균 손실률을 캐묻자 현대증권 창구 직원은 “반드시 이익이 난다고 말할 수 없고 반드시 손해가 난다고 말할 수도 없다”며 확답을 피했다. 하나대투증권 직원도 “장기 납입하면 증시가 흔들려도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기본적 투자원리만 반복해 설명했다.
ELS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하락 이후 주가가 크게 출렁이면서 ‘원금 손실 한계기준’을 넘은 상품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위험성을 경고하는 직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5곳은 원금비보장형 ELS가 “무조건 수익이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도 제각각이었다. 동양증권 창구 직원은 원금비보장 상품을 추천하면서 원금 손실을 보는 투자자가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자료를 내보였다. 반면 교보증권 직원은 50% 이상의 투자자가 적게라도 원금 손실을 볼 수 있다고 했고, 한국투자증권 직원은 100% 이익이 날 수도, 100% 손실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부족한 정보를 보충하고 싶어 상품설명서를 찾았지만 별다른 도움이 되진 못했다. 제대로 된 설명서를 갖춘 영업점이 별로 없어 직원용 서류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설명서에도 ‘보텀 업 어프로치(Bottom up Approach)’ 같은 어려운 용어가 수두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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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기 인턴기자 중앙대 청소년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