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베를린필 내한공연에서도 말러 교향곡 9번 4악장 때 휴대전화 벨소리와 카카오톡 도착 알림음이 울렸다. 지난해 말 열린 정경화 리사이틀에서 앙코르 곡을 시작하기 전 벨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정 씨의 눈이 동그래졌다. 지난해 8월 서울시향의 유럽 투어 전 국내 연주회에서는 “실황녹음을 하니 소음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있었는데도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공연 선진국들도 사정은 비슷해서 유럽의 공연장에선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를 장내 방송으로 내보내 전화 끄기를 환기하기도 한다.
가장 효과적인 해법은 공연장 내 전파차단기 설치다. 일본에서는 공연장에 들어가면 휴대전화가 저절로 ‘먹통’이 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 서울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에서 시범 운용했다. 그러나 통신의 자유 침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보통신부가 2003년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전기통신사업법 제79조 1항에 ‘누구든지 전기통신 설비의 기능에 장해를 줘 전기통신의 소통을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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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연계 관계자들은 지금도 휴대전화 벨소리 때문에 불안해서 전파차단기를 몰래 설치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법만 개정된다면 제일 먼저 전파차단기를 설치할 것”이라면서 “스크린에 휴대전화를 꺼달라는 문구를 띄우는 방안 등 벨소리가 안 들리는 공연을 위해 온갖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