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공원이나 은행, 항공사 등 대부분 서비스 업체들은 고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면서 이런 불만을 터뜨리지 않도록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첨단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고도의 경영과학 기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줄 서기는 고객 만족도에 부정적 영향만 끼칠까. 그렇지 않다. 효과적으로 줄을 세우면 오히려 소비자의 구매 욕구가 높아지고 매출도 늘릴 수 있다. ‘기다림’은 특정 상황에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밝은 면’을 갖고 있다.
실험 결과, 고객의 뒤에 있는 사람의 수가 늘어날수록 제품에 대한 기대가치가 높아졌다. 즉, 뒤에 더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때 “목표 달성이 가까워졌으며 내가 어떤 성취를 이루고 있다”고 유추하면서 제품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그 고객의 앞에 있는 사람의 수나 줄 전체 길이는 제품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 앞에 선 사람이 많을수록 앞으로 기다려야 할 시간이 많다는 인식만 생겼을 뿐이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줄 서기는 부정적 영향만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소비자가 목표를 향해 줄을 서서 기다릴 때 시간이 지날수록 무의식적으로 목표 달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나를 기준으로 ‘뒤에 있는 사람들’의 존재는 목표를 향해 그동안 이룬 어떤 성취를 상징한다.
마케팅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러한 ‘기다림의 비밀’을 실제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줄 서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매번 가짜로 줄 서는 사람을 만들어 내기도 힘들다.
여기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줄 서는 사람의 수에는 변화 없이 마케팅적 조작으로 뒤에 기다리는 사람들을 더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내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줘도 제품의 기대가치가 높아진다.
놀랍게도 뒤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셌던 참가자 그룹의 기구에 대한 기대가치가 앞에 있는 사람의 수를 셌던 참가자 그룹의 기대가치보다 높았다. 즉 앞과 뒤에 서 있는 사람의 수가 같더라도 뒤에 있는 사람에게 시선을 두게 한 마케팅적 조작이 기대가치를 높였다.
이러한 원리를 실제 마케팅에 적용하면 훨씬 다양한 방법으로 뒤에 있는 사람에게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거울을 이용해 앞을 보고 있어도 저절로 뒤를 보게 한다든지, 줄의 모양을 변형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보이게 하는 식이다.
소비자가 느끼는 제품의 기대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해당 소비자의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길게 늘어선 뒷사람의 존재가 고객의 성취감을 높이고 구입하는 제품과 상점에 대한 가치와 만족도를 높여 실제 구매량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 서비스 기업들은 줄 서기의 긍정적 측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민정 성균관대 SKK GSB 교수
정리=최한나 기자 han@donga.com
※ 이 글의 전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96호(1월 1일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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