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한국제과학교, 장애인 대상 제빵교육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장애인 제빵학교 실습실에서 지체장애인 기승훈 씨(가운데 모자 쓴 사람)가 오전에 구운 빵을 오븐에서 꺼내고 있다. 기 씨는 이 학교에서 제빵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며 제빵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영등포구 제공
초등학교 2학년 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그는 오른쪽 팔다리를 편하게 움직이지 못하게 돼 지체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 어깨 너머로라도 빵 굽는 법을 배우고 싶었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기 씨는 허드렛일을 맡는 게 전부였다. 인심 좋은 사장님은 밀가루 반죽하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불편한 몸 때문에 작은 실수라도 할까봐 오븐에 빵 굽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 장애인 제빵학교에서 다시 꿈을 찾다
10년 동안 동네 빵집을 전전했지만 결국 기 씨는 자기 손으로 빵 한번 제대로 구워보지 못했다. 꿈을 버릴 수 없어 제빵학원에도 등록했지만 감당하기 힘든 학원비 때문에 오래 다니지 못했다. 좌절을 거듭하던 기 씨가 다시 꿈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우연히 알게 된 영등포구의 장애인 제빵학교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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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구는 장애학생을 비롯한 장애인들의 학교 졸업 이후 안정적인 사회 진출을 돕기 위해 서울에서 최초로 지체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제빵교육을 하고 있다. 기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곳에서 제빵 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10년간 마음속에 묻어 둔 꿈에 한 발짝 더 다가선 것.
○ 내년부터 교육청과 손잡고 사업 확대
장애인 제빵학교에는 간질과 뇌병변, 자폐 증상을 보이는 발달장애 학생 44명과 지체장애인 2명 등 총 46명이 오전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듣고 있다. 영등포구는 내년도부터 시교육청과 함께 고등학교 3학년생을 위한 제빵수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학생을 비롯해 특수교육 대상자 10명 등 총 50명의 고3 학생에게 제빵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제과학교에서 장애인들에게 제빵 수업을 하고 있는 교사 오세욱 씨(30)는 “이들이 배우는 속도가 비장애인보다 더디지만 스스로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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