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 중심지서 활동… 해외 유명大 유학에 인적 네트워크…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23일 본부장도 거치지 않은 1960년생의 이상원 전 글로벌사업부장을 신성장사업그룹 부행장으로 발탁했다.
은행권 부행장들이 대부분 1950년대 중후반생으로, 국민은행에서는 1960년생 본부장조차 없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인사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말 KB금융지주도 1961년생인 이동철 전략기획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켜 KB금융 내에 본격적인 1960년대생 임원시대를 열었다. 이상원 부행장과 이동철 상무는 모두 2000년대 중반에 뉴욕지점장을 지냈다. 이에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해 12월 중순 두 번이나 뉴욕법인장을 지낸 유인근 현 뉴욕법인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뉴욕지점장 출신이 대거 임원으로 승진한 것은 글로벌 금융중심인 미국 월가에서 일하면서 쌓은 글로벌 감각이 인수합병(M&A)작업 등 은행의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동철 상무는 은행 지원으로 미국의 명문 법대인 튜레인대를 졸업하고 뉴욕 주 변호사 자격증을 땄다. 뉴욕의 대형 로펌인 심슨대처&바틀릿에서 1년간 근무하기도 한 그는 2000년 국민과 주택은행의 합병,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BII은행 인수 작업을 주도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이상원 부행장의 발탁을 두고, 국민은행이 2008년 인수한 이후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카자흐스탄뱅크센터크레디트(BCC)의 경영정상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병호, 이현주 부행장은 각각 뉴욕지점장이 되기 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와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땄다. 유석하 부행장도 미국 아이오와대 MBA 출신이다. 이를 종합하면 국제 금융 중심지인 뉴욕에서 일하며 쌓은 경험과 해외 유학 때부터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지부진한 은행권의 M&A 및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하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전직 뉴욕지점장 출신 임원들의 얽히고설킨 인연도 눈길을 끈다. 1961년생 동갑내기인 이동철 상무와 김병호 부행장은 2006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때 각각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주도하라는 지시를 받고 급거 귀국했다. 당시 국민은행이 승리했으나 이후 인수를 포기하면서, 현재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 인수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