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탈당파-친이 등 압박… 과표 3억 초과 소득세율 38%일각 “실효성 무시한 정치쇼”
당초 해당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는 세율 인하를 저지해 ‘부자 감세’에 제동을 거는 수준으로 세법 개정안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2012년 총선 표를 의식한 여야 의원들이 죽었던 ‘한국판 버핏세(稅)’를 막판에 되살렸다. 정부는 물론이고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에 난색을 보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야권 일각에선 이번 세율 인상이 0.17%의 고소득자에게만 적용되는 ‘무늬만 부자 증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세정의 방향을 감세에서 증세로 180도 바꾼 이번 결정이 향후 조세정책을 뿌리부터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극적으로 통과된 부자 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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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나라당은 31일 오후 5시경 의원총회를 열어 ‘3억 원 초과’로 변경한 재수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번에 소득세 최고구간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는 데 부정적이었지만 이번 결정으로 정책 수정은 불가피해졌다. 한나라당이 박 비대위원장의 부정적인 견해에도 ‘부자 증세’를 결정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자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한국판 버핏세’ 도입을 주장한 정두언 의원은 의총에 앞서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자유투표를 하자”고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증세는 전 세계적 대세로, 부자에 대한 증세를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은 “세수가 7700억 원 늘어나는 데 그치는 등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지만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세정책 바꿀 ‘태풍의 눈’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은 “3억 원 초과 소득자는 전체 소득자의 0.17%에 불과한 만큼 1% 증세라는 버핏세의 취지에 전혀 맞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이날 통과된 부자 증세안에 반대했다.
하지만 정부 생각은 다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부자 증세 논의가 1차 결실을 본 만큼 현 최고 과표(3억 원 초과)는 언제라도 낮춰질 수 있고 세율(38%) 역시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 2010년 소득세 최고구간 감세를 2년 미룬 게 ‘부자 감세 철폐’의 시작이었던 것처럼, 일단 증세가 시작된 이상 세 부담을 더욱 늘릴 정책의 시동은 확실하게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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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